글동네

사랑의 죄인by 도토리

 

 

 

어젯밤 신랑이 퇴근길에 뉴스를 보다 문득 감사한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일본 대지진으로 가족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새삼 가족의 소중함이 크게 다가오더라는 것이다. 오늘도

애타게 찾던 어머니의 시신을 접하고 오열하는 한 일본여성의 사진이 인터넷 메인 화면에 떴다.

 

이제 갓 5개월을 넘긴 어린 아들을 바라보며, ‘내가 저곳에서 아이를 잃어버렸다면 어땠을까?’

상상해봤다. 나를 찾으며 울고 있을 아이 생각에 잠도 오지 않을 것 같다. 매일매일 아이를 찾으러

나갈 것 같다 하니 신랑도 사고지점을 떠날 수가 없을 것 같다고 한다. 아이의 얼굴이 눈앞에서

지워지지 않겠지. 울고 있는 아이 얼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나겠지. 아이를 낳고

키워보기 전에는 알 수 없었던 엄마의 마음이 이런 것일까.

 

며칠 전 정신지체여성이 죽은 아기를 안고 한 달을 노숙하며 지내다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봤다.

예전 같으면 그 여성을 버리고 갔을 무책임한 남자를 욕하고 매정한 세상을 탓하다 잊어버렸을

기사였지만, 나는 그 기사를 쉽게 잊을 수가 없었다. 한 달 동안 죽은 아기를 안고 다닌 아이 엄마의

마음이 나를 울컥하게 만들었다. 죽은 줄도 모르고 품에 꼭- 껴안고 다녔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기사 밑의 댓글을 보니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로 시작되는 글이 몇 개 보였다.

엄마의 마음은 다 같은가 보다.

 

겨우 5개월을 지낸 엄마의 마음이 이런데, 수십 년을 살아온 엄마의 마음은 어떨까.

집을 나간 아들을, 그 나간 순간부터 기다렸다는 탕자의 아비 이야기가 생각났다. 성경의 그 예화를

생각하며, 수많은 인생을 그 아비의 마음처럼 기다리고 있다는 예수님의 마음을 떠올려본다.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그 마음.

 

엄마로서의 삶이 쌓여갈수록, 예수님의 마음을 조금씩 느껴갈수록,

엄청난 사랑을 받고도 그 사랑을 수시로 외면하고 살아가는 나는 죄인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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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1/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