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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노년by 펜끝 이천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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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닌.. 엄청 운이 좋은 거네요.”
1년을 기다려 수술하셨다. 너무 유명한 의사분이라 진료도 1년 가까이 기다려 겨우 받았는데, 지금은 서울로 가셨단다. 워낙 유명하니 다른 곳에서 자꾸 부르나보다. 서울 가기 전에 수술한 어머님이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수술하면서 하나가 맥힜단다. 그걸 안 뚫었다카네~ 간호사가 그러더라.”

어머님 말투에 불만과 불신이 느껴진다. 수술 후 발이 저린다고 하셨는데, 그것 때문인 것 같다. 연세도 있고 그런 정도는 흔히 있는 일이라고 들었지만 가만히 있었다. 당장 생활하는 데 불편하니 의사가 원망스러우신가 보다. 내가 보기엔 수술 외에도 어머니 생활습관에 문제가 많은데, 얘기해도 듣지 않으신다.

결혼 초 "고마베~"를 자주 하시던 어머님. 오늘 어머님의 모습이 낯설다.

나이가 들면, 나는 어떤 모습이 될까? 지금도 꽤 고집이 센 편인데, 더 고집쟁이가 되겠지? 자식들이 말해도 안 듣고 자기 생각, 오랜 습관만 남아서 고집을 피울까? 감사하는 마음도 줄어들까?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이 없어진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같은 말을 해도 배려와 긍정적인 마음이 느껴지는 사람. 보다 예쁘게 이야기할 줄 알고,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감동할 줄 아는 사람. 그때쯤엔 마음도 더 넓어지고 여유도 생겨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더 잘 들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내 주변에 나이 드신 분들을 보면 걱정이 된다. 나라고 특별하진 않을 테니까. 세상에 미련이 남아, 후회하고 투덜대다가 고집과 편견만 남으면 어쩌나. 본능보단 신앙과 이성이 남아 있기를. 세월 따라 아름다운 습관이 배어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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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1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