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적당한 화목by 운영자


 

“형제와 화목하지 못한 것을 두고 회개합시다.”


목사님의 말씀에 모든 사람들이 눈을 감고 기도했다.

그런데 내 머릿속에 딱히 생각나는 사람은 없었다.
‘누구를 두고 회개를 해야 하나? 생각나는 사람이 없는데... ’

며칠 후 교회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었다.
“형제와 화목 하라는 것이 무엇일까?”
지인의 뜬금없는 질문에 별다른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지인의 입에서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내가 어제 부서모임에서 형제를 두고 회개거리가 있는 사람 손들어 보라고 하니까

아무도 손을 안 드는 거야.

그럼 이 사람들이 서로 사랑이 넘치고 화목하냐?

그런데 아니거든.

그래서 다시 질문했지.

마음으로 형제를 미워하거나 오해하거나 좋지 않은 마음 품은 적이 있는지.

그러더니 다 손을 들더라고.

그래서 생각이 깊어졌어.

과연 화목의 기준이 어딜까 하고 말이야.”

지인의 이야기를 듣자 나도 모르게 탄식소리를 냈다.
나도 화목이라 하면 다투지 않는 정도, 서로 원수지지 않는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물론 살다보면 참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 저 행동이 눈에 거슬리는 사람이 왜 없을까.

그러나 사회생활이다 보니,

어른이다 보니 묵인할 뿐이지 싫은 마음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나도 어떤 행동을 보고 가깝게 지내기 싫은 사람이 몇 명 있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그냥 멀리 지내는 것이었다.

인사도 하고 모임으로 어울릴 때는 함께 어울리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과 화목하게 지내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 정도 선이면 서로 다툴 일도 없으니 나는 개인적으로 편했다.

이런 모습이 나는 편한데 하나님은 편하실까?
사람의 근본을 꿰뚫어보시는 하나님은 참 불편하실 것 같다.

인류에게 뜨거운 사랑의 역사를 일으켜야 하는 하나님께서

적당한 화목으로 만족해하는 성도들을 데리고 어떤 불을 내뿜을 수 있을까.

생각을 달리하니 화목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많이 떠올랐다.
몸에만 묵은 때가 있는 줄 알았더니 뇌에도 묵은 때가 많았다.
늦기 전에 뇌에 박힌 묵은 때들 시원하게 밀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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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6/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