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하나님의 작전by 운영자

 

 


“하나님, 교회 가까운 곳이요. 망아지 같은 두 아들이 달릴 수 있는 곳이요.
햇볕 들고 해충, 곰팡이 없는 곳이요. 안전한 곳이요. 어린이집 가까운 곳이요.
역과 버스 가까운 곳이요. 여기보다 넓은 곳이요. 평지요. 주차도...중얼중얼”

“사랑이가 집을 구하는구나. 그런데 기도하면서도 반신반의하네.
하긴 서울이 좀 비싸긴 하지. 하지만 내가 누구냐. 절대 믿어라. 기도접수완료!”


“하나님, 부동산을 돌고 돌아도 집이 없어요. 게다가 2년 사이에 전세 값이 로켓을 타고 우주까지 올라갔어요. 너무 슬퍼요. 흑흑...”

“그래, 내 보기에도 집값이 천국보다 비싼 것 같다. 물론 너희 조건보다 천국을 얼마나 헐하게 줬느냐.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구해. 너희가 시세를 알아야 그 집이 내가 주는 선물인줄 알지. 힘내!”

“하나님, 시세보다 절반이나 싼 집을 구했어요. 방도 두 개고 주변 조건이 좋아요. 다만, 집이 좁고 거실이 복도식이고, 주차가 어렵고, 집이 습해서 곰팡이가 살짝 있고, 겨울 되면 화장실에서 물이 좀 떨어진다고 하는데. 괜찮아요. 시세보다 엄청 싸니까요. 누가 들어오기 전에 계약해야겠죠?”

“아니 기도는 왜 했냐? 나의 스케일을 어떻게 보고. 그런데 욱하는 성격에 덜컥 계약할 것 같은데. 안되겠다. 조치를 취해야겠어.”

“하나님, 이상한 일이 생겼어요. 집주인이 뜬금없이 한 달 뒤에 계약하재요. 세입자는 급한 마음에 가계약이라도 해달라고 하니까 집주인이 자기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라면서 때 되면 계약하고 아님 말고 그랬데요. 왜 그러지?”

“주인 성격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집 아니라고 상황을 튼 거야. 너 덜컥 계약하고 후회할까봐. 더 좋은 거 준비해놨으니까 빨리 찾아. 내 선물은 무척 가까운 곳에 있다.”

“하나님, 남편이 하도 권해서 한 집을 볼 예정인데. 월세가 껴서...”


“내가 어련히 알아서 해 줄 텐데. 안되겠다. 두 번째 작전을 펼쳐야겠다.”

“하나님, 동생이 회사 휴가라서 같이 집을 보고 왔어요. 참 다행인 것이 동생이 부동산 전문가잖아요. 마음에 힘이 되요. 같이 집을 봤는데 대박! 집이 궁궐인줄 알았어요. 게다가 기도 조건을 100% 아니 150% 만족하는 곳은 처음이에요. 게다가 부동산 아저씨가 더 대박이에요. 우리가 건의하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월세를 깎겠다는 둥, 도배장판 협상하겠다는 둥 혼자 중얼중얼 거리세요. 하나님이 시키신 것 같아요.”

“네가 선택을 잘 못하니까 동생 휴가 시켜 너한테 보냈어. 부동산 업자 내가 감동 줬다. 나 아니면 누가 하겠냐. 이제 거의 다 왔다. 끝까지 힘내라.”

“하나님, 결국 계약했어요. 월세를 많이 깎았어요. 도배장판 세면대까지 다 새로 해준데요. 새집 같해요. 집주인을 보았는데 왜 전 세입자가 10년 넘게 살았는지 알 것 같아요. 시세와 비교해도 이런 집을 이 값에 구할 수가 없어요. 이 정도면 저희 충분히 감당하고도 남아요. 좋은 집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 알지? 너희가 구한 것보다 더 좋은 것을 주는 나잖아. 게다가 이 집 너희 주려고 다른 사람들 눈을 어둡게 했다. 감동을 안 줬어. 하여튼 너도 애썼다. 이제 천국 같은 집에서 나와의 사연을 생각하며 더 열심히 나와 행하자.”

이제는 희망으로 이사 갈 날을 기다립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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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6/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