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출동!! 어린이집 가는 길by 주아나

 

 


오늘 아침에 어르고 달래며 첫째 아들 등에 가방을 올립니다.
월요일이라 짐도 많습니다. 낮잠 이불, 산책용 물통, 동화책…….
“어휴, 저길 또 언제 오른담.” 한숨이 나옵니다.
첫째 아들의 어린이집은 산 중턱에 있습니다.
혼자 가면 15분 거리, 아들과 같이 걸으면 25분 거리입니다.
차량지원이 되지 않는 구립이라 매일 등산하는 마음으로 산에 오릅니다.
이젠 둘째도 태어나서 두 놈을 끌고 산에 올라야 합니다.

급경사 내리막을 주---욱 내려오니 절반을 왔습니다. 다리가 후들거립니다.
이제 오르막길 시작입니다.
몇 발자국 떼려고 하니 첫째가 보챕니다.
“손 잡아줘~ 손 잡아줘~”
“엄마 안보이냐? 엄마 힘들어. 너 이불에 물통에……. 이것 봐. 동생도 들고 있잖아.”
“엄마 손 잡아줘~ 손 잡아줘~”
내 상태는 도무지 눈에 보이지 않나 봅니다.
꿀밤 한 대 놓고 싶은 마음을 겨우 억누르고 짐을 모두 왼손으로 보냅니다.
“자, 엄마 오른손 잡아.”
“엄마~ 꽉 잡아줘~ 꽉 잡아줘~”
그 와중에 둘째는 내 가슴팍에서 몸부림을 치며 두 팔을 휘젔습니다.
신경질이 가슴 깊은 곳에서 솟구쳐 오르더니 목구멍까지 찼습니다.
신경질이 입 밖으로 나오려는 찰라 이를 악물며 버텼습니다.
“으읐어. 이 븐 한븐 만이야…….”(알았어. 이 번 한번 만이야.)

힘들다며 끌려가듯이 걷는 첫째, 허공에 날갯짓을 하는 둘째,
어린이집 짐들, 둘째 기저귀 짐들을 들고 산을 타니 정신이 없습니다.
걷다가 손에 힘이 풀리면 첫째는 꽉 잡으라며 신경질을 냅니다.
내가 산을 타는 것인지, 산이 나를 타는 것인지 구분이 안 갑니다.
‘혼자 걸을 수 있는데 왜 저런담……. 옷자락이라도 붙잡든지.’
‘물통 좀 메고 가지, 딸랑 자기 몸만 챙기냐. 으이구 상전이 따로 없네.’
몸도 마음도 정신없이 걷다 보니 어느덧 눈앞에 고지가 보입니다.
‘할렐루야! 살았다!!!’

“주안아, 저기 어린이집 다 왔네. 이제 손 안 잡고 갈 수 있지?”
“싫어. 어린이집 안 갈 거야 안 갈 거야!!” 첫째가 또 제 속을 뒤집습니다.
‘아, 하늘이 나를 시험하시는 거 절대 아닐 거야.'
'내 혈기 얼마나 죽었나 측량하시는 거 아닐 거야.’
별별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찹니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둘을 끌고 가고 화딱지가 나는데 우리 주님 얼마나 힘드실까.’

주님은 오늘도 70억 인류의 손을 잡고 구원 길을 갑니다.
그런데 구원 길 걷기 싫다고 마냥 서 있고, 업어 달라고 주저 앉아있고, 올라가기 싫다고 울고 있고, 손잡아주지 않으면 집에 갈 거야 신경질 내고……. 모든 인류가 5살, 2살 어린아이 같은 상황에서 업어줘야 하고, 안아줘야 하고, 잡아줘야 하고, 달래줘야 하고……. 게다가 자기 십자가 버려두고는 구원 길 간다고 하니, 주님은  그 무거운 것을 어깨에 지고 가야 합니다. 70억개를...

“엄마 손 안 잡으면 힘들어. 대신 옷자락만 붙잡고 갈게.”
“내가 동화책은 들고 갈게. 가방 안에 넣어줘.”
이 정도만 되어도 엄마는 길을 걸을 만합니다.
오르막길도, 강한 햇볕 길도 웃으면서 갈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님께 그런 신앙 어른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어서어서 무럭무럭 성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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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4/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