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인생 길치by 날개단약속

 

 

 

난 소문난 길치다. 서너 번 걸어간 길도 다시 가면 늘 생소하다. 열 번 이상은 다녀야 조금씩 알 듯하다. 그래서 운전을 싫어하고, 어디 어디를 찾아오라는 말은 아예 질색이다.요즘은 내비게이션이 있어 덜 한 편이지만, 최신 정보로 업데이트가 안 되었나, 지시사항을 지킬 곳이 이 골목인지 다음 골목인지, 내비게이션을 들으면서 운전대를 잡은 손에 식은땀이 마를 날이 없다.


내 아내는 같이 차를 탈 때 나에게 되도록 운전대를 맡기지 않는다. 아내는 성격이 급하기도 하지만, 나에게 이리 가라, 저리 가라, 하다가 혈기를 부리기가 일쑤다. 그래서 아예 속 편히 자기가 운전한다. 나도 역시나 그것이 이제 편하다.

 

얼마 전 나의 길치 안테나가 또 바짝 섰다. 주일예배를 마치고 교회형제들과 등산을 갔을 때였다. 정상까지 오르자 하늘이 곧 비를 뿌릴 것 같은 날씨였다. 하산 길은 외길이니, 무조건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고 일행은 서둘렀다. 한참을 내려가고 있는데 앞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비록 외길이라 하지만 갑자기 불안해졌다.


'내가 제대로 내려가는 건가?’ 생각하고 있는데 다행히 뒤에서, 빨리 안 내려가고 뭐 하느냐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도 여차해서 길을 잃으면 조난신고를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산에서 내려갔다. 잠시 후 앞에 가던 일행을 만났고 안심하면서 하산했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빗방울이 내리기 시작했다. 내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글 맺혔다. 힘들게 산을 오르면서도 전혀 땀이 나지 않았는데, 내려오면서 바짝 긴장해서 그런가 보다. 참으로 난 못 말리는 길치다. 여러 형제와 등산을 하는데도 길을 잃을까 염려를 하다니. 내 옆에 수호천사는 아마도 나를 보고 웃으면서 혀를 껄껄 차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모든 사람은 인생길의 길치다. 자신이 가는 방향과 목적지를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인생의 내비게이션인 신의 음성을 무시하고 자신의 내비게이션을 따로 만들고 그 소리만 듣고 산다.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너, 자신을 알라!"고. 나는 철학자는 아니지만 외치고 싶다. "너, 인생 길치임을 알라!" 고...

 

나는 비록 공간적인 길을 잘 찾지 못하는 길치이지만, 내 인생길은 정확히 찾았다고 말할 수 있다. 어떻게 찾았습니까? 라고 물어본다면, 나의 대답은 이러하다.기도하고 말씀을 보고 내 사랑하는 주님에게 물어보기.주님에게 인생길을 물으면, 주님은 내 아내처럼 이리 가라, 저리 가라, 혈기 부리지 않으시고, 내가 알아듣고 찾아갈 때까지 나를 기다리시며 함께 하신다.아내와 주님의 공통점은 내가 가야 할 곳의 운전대를 나에게 맡기지 않는다는 것..ㅋㅋㅋ

 

마지막으로 이 글은 시로 마친다.

제목은 행복한 길치

 


행복한 길치


나침반이 있어도 소용없다네

최신 업데이트 내비게이션이 있어도 소용없다네

나는 바로바로 길치라네

하지만 괜찮다네

나에게는 사랑의 내비게이션

주님의 음성이 있으니

길 잃어버릴 염려 없다네

 

 

writwr by 밤바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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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4/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