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어머니의 갓김치by 운영자




"택배 왔어요."

택배 아저씨의 다급하고 우렁찬 소리에 문을 여니

엘리베이터가 닫히면서

"양해바랍니다. 급해서 거기 두고 가요. 택배비는 선불로 내셨어요." 한다.

고향에서 노모가 보내주신 사과박스 크기의 택배에는

김장용 비닐봉지에 한 가득 담긴 갓김치가 들어있다.

내 고향 고흥, 동오치 마을은

자가용으로 쉬지 않고 달리면 6시간 남짓 소요되는

면소재지의 아담한 마을이다.

지난 설 명절에 식사하다 잠깐 흘렸던
'밥 맛 없을 땐 가끔 엄마가 해 주신 갓김치가 먹고 싶어요.' 라는
철없는 아들의 말을 흘리지 않고

아들이 귀경한 다음 날부터 관절염과 굽은 허리로 인해 불편한 몸임에도 불구하고

산 밑 밭에서 하나하나 도려다 밤새워 다듬고 절여 만든 갓김치.


농사일 바쁜 동생에게 택배시간에 늦지 않게 보내라고

단단히 이르셨다는 동생의 말을 택배를 받은 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전해 들었다.

옛 어르신 말씀에
'마른 논에 물들어 가는 것하고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이 제일 보기 좋다.'
라는 말이 있는데, 내 어머니도 그러하셨으리라.
 
맛있게 잘 먹고 있다는 아들의 말만으로도

당신의 수고와 정성이 헛되지 않았음에 스스로 흡족해 하시는 어머니.
투박하지만 가슴을 울리는 어머니만의 사랑과 정은

수화기를 타고 내 가슴에 영원한 울림으로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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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6/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