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주인장 계시오!by 주아나

 

 



옛날 어느 산골에 땅만 판다는 김 아무개가 있었지.
동네 사람이 이 땅에 뭐가 있다 하면 이 땅을 파고
저 땅이 심상치 않다고 하면 저 땅을 팠지.
그러나 쓸데없는 것만 나오고 그가 원하는 것은 나오지 않았어.
그 사내가 찾던 것은 바로 보화였거든.
그런데 그의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는지 어느 날 이름 모를 한 나그네가 찾아왔지.

사내의 집을 수소문한 나그네는 바로 집으로 향했어.
“주인장 계시오! 주인장 계시오!”
나그네는 대문 밖에서 문을 두드리며 주인의 이름을 불렀지.
그러나 사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어.
해가 지니 더는 기다릴 수 없어 다음날을 기약했지.

다음날 나그네는 또 남자의 집을 찾아왔어.
“주인장! 주인장! 당신이 꼭 알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가져왔소!”
그러나 집 안에서는 어떤 기척도 들리지 않았어.
나그네는 실망하며 집 앞을 떠날 수밖에 없었어.

나그네는 잠시 생각했어.
“내가 온 것을 아직 모르는 모양이야. 그럼 다른 방법을 써야겠다.”
마을로 내려간 나그네는 동네 사람들에게 한 가지를 부탁했지.
“사내가 아주 반가워할 소식을 가져온 사람이니,
그 사람을 보거든 내가 집 앞에 기다리고 있다고 전해주시오.”

그 다음 날 나그네는 사내의 집을 찾아갔지.
그러나 사내는 또 보이지 않았어.
마침 지나가는 사람이 있어서 물어보았어.
“아니, 이 집에 주인은 왜 이렇게 보이지를 않습니까?”
“뭘 캔다며 산 너머 밭에 간 모양입니다.”
“제가 온다고 이야기해 주었습니까?”
“이야기해 주었죠. 그런데도 저렇게 정신을 못 차립니다.
그제는 산 너머 밭, 어제는 자갈밭, 오늘은 잡초밭에서 저리도 땅만 파고 있으니…….”

나그네는 답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어.
나그네는 바로 밭에 감추인 보화를 알려주려고 온 사람이었거든.
그토록 보화를 찾아 헤맨 자가 있기에 찾아왔건만,
주인이 도무지 집에 붙어있지 않으니 말해주지 못한 거야.

나그네는 고민에 잠겼어.
‘그냥 문 앞에 보화를 두고 갈까? 어디 숨겨두고 쪽지를 남길까?
그랬다가는 욕심 많은 동네 사람들이나 도적이 집어가지. 안되고말고.
아, 말 한 번 나누기가 이리도 힘든가.’

나그네는 그 집을 한참을 쳐다보았어.
해는 산 너머로 머리만 겨우 내밀고 있었어.
나그네가 이 마을에 머무른 지도 사흘째야.
이제 길을 떠날 때가 되었지.

“쯧쯧, 밭에 감추인 보화가 무엇인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고 싶어도
주인인 생각이 없으니 말도 못 해주고 길을 떠나네.

내가 생각을 통해 축복도 주고 예고도 해주고
앞날도 이야기해주고 구원의 답도 주고
사랑도 해주고 경고도 해주는데,
주인인 생각이 나는 안중에도 없고 다른 것에 마음이 가  있으니
주인 없는 집 같아서 심정 상해 그냥 돌아갈 수밖에 없구나.

인생에 보화를 찾는 자들아,
내가 또 어떤 집을 찾아갈지 모르니
생각 없는 집이 되지 말아라.
내가 언제 가도 항상 반갑게 맞이할 수 있는,
생각 있는 집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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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5/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