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아주 큰 우산by 주아나

 

 


오늘도 두 손을 모으고 기도했다.
아들 주안이가 돌잔치를 잘 치를 수 있게 기도하고, 신랑이 더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도록 기도했다.

이제 곧 이사를 가야 하기에 싸게 안전하게 갈 수 있기를 기도했다.

기도를 하는 와중에 이런 궁금증이 생겼다.
‘기도가 힘이 하나도 없네. 기도내용이 너무 얇은 거 아닌가?’


그러고 보니, 요새 기도시간이 많이 짧아졌다.
나와 가정을 중심으로 기도하다보니 기도할 내용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게다가 항상 하는 기도이기에 기도하는 맛이 나지 않았다.
같은 것을 반복하는 것을 무척이나 지겨워하는 나로써는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은 마음을 고쳐먹고 새롭게 기도해 보았다.
‘묵직하고 웅장한 기도를 해보자.’


‘하나님은 우상을 싫어하시니까 사람의 마음을 현혹하는 우상이 사라지게 기도해보자.’

목사님 같은 분들이나 해야 할 기도 같지만 그래도 간절히 소망해보았다.

그랬더니 아까보다 기도에 힘이 실리는 것 같았다.
‘요즘 세상이 너무 타락된 거 같아.

자신의 몸과 마음을 너무 쉽게 버리는 거 같아.

자신의 몸과 마음을 소중히 여기도록 기도해보자.’
뜬금없는 기도내용 같지만 그래도 내 일로 생각하고 기도해보았다
기도에 힘이 실린다.
가정을 위해 기도할 때보다 더 맛있고 알찬 기도가 내 입에서 흘러 나왔다.
개인을 위해 기도할 때보다 기도의 보람이 몇 배는 내 안에 넘치는 것 같았다.


기도를 마치고 나서 ‘아! 그 기도할 껄.’ 하며 아쉬워했다.
내 아들을 위해 기도하기보다 내 아들 또래를 위해 기도해주고,
신랑만을 위해서 기도하기보다 직장을 구하는 많은 이들이 적성에 맞게 좋은 일자리

구할 수 있게 간구하고, 전세가 없다는 서울에서 각자 자신이 원하는 집을 구해서

더 축복 받을 수 있게 기도해주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을...


기도는 우산 같다.
개인기도는 자신만을 가려주고
가정기도는 가정만을 가려준다.
민족 위해 세계 위해 기도하면 그만큼 우산이 커질 것이다.
내 작은 입으로 이런 우산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다.

님과 함께 룰루랄라 우산을 펼친다.
오늘도 서로에게 힘을 주는 많은 기도의 우산들이 펼쳐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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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4/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