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내 체질은 뇌 체질by 주아나

 

 



사람들은 자기 삶의 체질이 배어서 자기 삶에 해당되는 말만 좋아한다.
그러므로 지옥 같은 말, 음부 같은 말까지 귀담아듣게 되고
좋아하기까지 한다. 그런 사람들은 지옥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말 내말 8집-

 

우리 아버지는 고혈압, 비만, 당뇨가 심하시다.
하루에도 손바닥 가득히 약을 드셔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식습관은 그리 좋지 못하다.
밥 드실 때마다 반주로 소주 한 컵씩(우유 한 컵 분량) 드신다.
TV에서 당뇨 있는 사람은 과일주가 아닌 증류주를 먹어야 한다고 했단다.
어느 날은 돼지고기를 한 소쿠리 삶아서 먹고 계셨다.
TV에서 고기를 물에 삶아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했단다.
또 어떤 날은 삶은 달걀을 3개씩 드시고 계셨다.
콜레스테롤 때문에 잘 안 드셨는데 말이다.
TV에서 달걀 노른자 많이 먹어도 콜레스테롤과 상관없다고 했단다.

나는 아버지에게 한마디 했다.
“아빠는 먹으라는 말은 귀에 쏙쏙 들어오고, 술 먹지 말라, 고기 먹지 말라,
소식해라... 이런 말은 귀에서 쓱쓱 비껴 나가지?”
아버지는 피식 웃고는 남은 달걀 하나를 소금에 찍어 입에 쏙 넣으셨다.


자기 인생 굳은 습관, 굳은 체질보다 더 바꾸기 힘든 것은
자기 좋은 말만 골라 듣는 '굳은 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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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4/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