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개신교 내 일부 유력 목회자들의 과도한 정치 개입이 종교와 정치의 경계를 허물며 심각한 사회적 논란을 낳고 있다. 이들은 종교 지도자의 지위와 설교권을 이용해 특정 정치 세력에 대한 노골적인 지지를 표명하고, 대규모 정치 집회를 주도하거나 자금 지원의 배후로 지목되는 등 교회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교계 안팎에서는 500년 전 마르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외쳤던 것처럼, 지금 이 시대에 ‘제2의 종교개혁’이 절실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정치의 그림자, 강단을 뒤덮다
논란의 중심에는 수십 년간 방송 선교 활동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쌓아온 K목사가 있다. 보수 개신교계의 ‘정신적 지주’로 불려온 그는 최근 자금 유용 및 정치권과의 유착 의혹으로 수사 당국의 조사를 받으면서 그 실체가 도마 위에 올랐다. CBS 출신 언론인 B씨는 “기도회라는 명목으로 특정 정치인을 위한 동원과 선전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K목사 측과 정권 중심부의 연계 가능성, 방송 재단을 통한 정치 후원 의혹 등을 제기했다. 그는 이를 “단순한 보수 신앙의 문제가 아닌 명백한 권력 추종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광장 정치의 선봉에 선 인물들도 있다. 대형교회를 이끄는 P목사는 공개석상에서 특정 정당과 대선 후보를 “하나님이 세운 사람”이라 칭하며 대규모 집회를 주도하고, 반대 진영을 ‘사탄’으로 규정하는 방식으로 신앙을 이념 투쟁의 도구로 활용해왔다. 지역 기반의 대형교회를 운영하는 J목사 역시 종교 예배와 정치 집회의 경계를 허무는 행보로 교단 내부에서조차 “교회의 본질을 훼손한다”는 징계 요구에 직면한 상태다. 이들은 입을 모아 ‘나라를 위한 기도’나 ‘영적 전쟁’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종교를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켰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침묵의 카르텔과 떠나는 다음 세대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일부 지도자들의 일탈에 대한 교계 내부의 침묵과 방관이다. 재정 비리, 목회 세습, 권력과의 유착 등 교회의 거룩함을 해치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다수의 교회와 교단은 진실 규명보다 ‘교회의 영광을 가린다’는 명분 아래 문제를 덮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러한 위선과 불의 앞에서 가장 먼저 등을 돌린 것은 청년 세대다. 한 교단의 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청년 출석률이 60%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수치를 넘어 한국교회의 영적 파산을 알리는 경고등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복음이 아닌 ‘복음 없는 교회’에 환멸을 느끼고 있으며, 사랑과 겸손 대신 권위와 혐오를 부추기는 강단의 모습에 등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 한국 개신교계 안팎에서는 ‘제2의 종교개혁’이 절실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중세 교회의 타락을 닮은 현재의 개신교
한국교회의 현 상황은 16세기 종교개혁 직전 로마 가톨릭의 타락과 놀라운 유사성을 보인다. 당시 면죄부 판매, 교황권의 세속화, 성직 매매 등으로 인해 교회는 대중의 신뢰를 상실했고, 마르틴 루터는 ‘오직 믿음, 오직 성경’을 외치며 교회의 본질 회복을 외쳤다. 현재 한국교회 일부에서 벌어지는 ▲정치 헌금과 불투명한 재정 운영 ▲목회자의 정치적 선동 ▲교회를 사유화하는 목회 세습 등은 중세 교회의 타락을 답습하는 행태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한국교회는 루터 이전의 로마 가톨릭 교회를 거울 삼아야 한다”고 경고한다.
‘제2의 종교개혁’은 가능한가
한국교회는 권력의 제단에 바쳐진 믿음을 되찾고, 다시 신앙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직면해 있다. 이는 단순히 ‘정치와 거리를 두자’는 소극적 차원을 넘어, 교회의 존재 이유를 근본적으로 되묻는 질문이다. 내부 고발자들과 비판적 언론인들은 ▲강단의 정치적 중립 의무화 ▲독립적 외부 회계감사를 통한 재정 투명성 확보 ▲이념 선동이 아닌 복음 중심의 설교 회복 ▲평신도들의 의견이 민주적으로 반영되는 교회 구조 개혁 등을 구체적인 대안으로 제시한다.
구약의 예언자 예레미야는 화려한 성전을 의지하며 정의와 사랑을 저버린 이스라엘을 향해 “너희는 이것이 여호와의 성전이라 하는 거짓말을 믿지 말라”(예레미야 7;4)고 통렬히 외쳤다. 현재 이 경고는 거대한 조직과 정치적 영향력을 축복으로 여기며 본질을 잃어가는 한국교회의 심장을 겨누고 있다. 지금의 타락과 침묵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다면, 한국교회는 역사의 무대에서 빛을 잃고 퇴장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진정한 회개와 용기 있는 저항을 통한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시작되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울려 퍼지고 있다.
‘제2의 종교개혁’은 단순한 상징이나 슬로건이 아니다. 지금 한국교회는 세속적 권력과 물질 추구에서 벗어나, 정의와 사랑, 겸손이라는 복음의 본질로 되돌아가야만 한다. 이는 교회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유일한 길이자, 사회적 신뢰 회복을 위한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기사원문 : [한강일보] http://www.hangg.co.kr/news/view.php?idx=100813&mcode=m40weh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