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생일by 파란백조

 

 


벌써 42번째나 맞는 내 생일이다.
나이가 드니 생일이 되면 나를 태어나게 해 주신 부모님 생각이 제일 먼저 난다.
힘들게 나를 낳고 고생해서 키워 주셨는데 그 힘듦과 고생에 보답을 못 해 드려 너무나도 죄송하다.

엄마는 바람기 많으시고 낭비벽 심한 아빠와 사느라, 평생 고생을 하셨다.
이일 저일 막일하시며 남매 넷을 키우시느라 지금은 허리며 다리며 성한 데가 없다.
그런 엄마의 소원은 자식들 잘되어 잘 사는 것.
번듯하게 공부시켜 놨으니, 뭐라도 될 줄 알았는데, 특히 내가 부모님께 드린 실망감은 1.5톤 트럭 100대는 될 듯하다.

엄마와 나는 20분 거리에 산다.
엄마는 자주 나에게 전화를 해서 김치며 떡, 조개며 애들 옷들을 가져가라고 챙겨주신다. 내 여동생은 엄마가 주시는 반찬들이 늘 양이 많고 집에 먹는 사람이 없다고 안 받은 지 꽤 되었고, 언니는 먼 바다 건너 살고 있어 올 수 없다. 남동생과 올케는 한집에 같이 살고 있지만 늘 바빠 엄마가 하는 밥과 반찬을 먹을 시간이 없다.
그래서 엄마가 챙겨주는 물품과 음식들의 몫은 다 내 것이다. 엄마에게 제일 해 주는 것이 없는 내가 최고 혜택을 받고 산다.
집에서 반찬이며 물건을 가지고 그냥 나오느라면 미안하기 그지없다. 이제 나도 눈치라는 게 좀 생겨서 엄마가 주는 것들을 그냥 받고만 오기가 미안하다. 언젠가는 우리 엄마에게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돈뭉치를 하얀 봉투에 두툼하게 드릴 날이 있으리라 믿는다.

엄마. 엄마가 바라는 공무원 못되어 미안해요.
엄마가 바라는 공무원 사위랑 결혼 못 해 미안해요.
엄마가 걱정 않게 우리 집도 아직 마련하지 못해 미안해요.
용서해 주세요.
그래도 엄마, 아빠 아직 살아계셔 감사해요.

오늘 엄마에게 전화를 못 했다. 나이가 드시니 이제 딸 생일도 잘 모르신다.
하나님은 나에게 이런 엄마를 주시고 42살이 될 때까지도 김치랑 곶감까지 챙겨주신다.
육의 부모님 이전 영의 부모님이 되시는 성삼위께 감사와 영광을 돌린다.
엄마는 하나님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욕을 하신다.
이런 엄마를 용서해 달라고 기도한다. 지금으로선 그것이 내가 엄마를 위해 해 드릴 수 있는 최고의 효도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사람들이 많겠지만, 하나님을 믿지 않고 하나님을 욕을 하는 것이 얼마나 큰 죄인지를 나는 확실히 안다.
이 지구상에도 많은 죄를 짓고도 그것이 죄인지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누군가 아는 자가 대신 회개하고 조건을 세우며 하나님께 용서해 달라고 기도한다. 그래서 아직도 이 지구가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일 년에 단 한 번뿐인 특별한 날 생일.
나머지 364일은 생일이 아닌 날이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서는 해피 언벌스데이( happy unbirthday)를 정해 365일 축하를 한다.
이제 내일부터는 언벌스데이를 축하하면서 날마다 특별하게 살아야겠다.
오늘은 해피 벌스데이 투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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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