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도끼로 찍다by 날개단약속

 

 

좀처럼 운동에는 소질이 없는 나.

그렇다고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매주 주일이 되면 예배 후 운동장에 가서 운동한다. 응원을 하거나, 물을 나르는 일만 한다고 해도.^^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닐 때 일이다. 교회에 대학 축구 선수가 있어서 아침마다 기본기를 연마했다. 하루는 구분 동작으로 패스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고 나서 2인 1조로 연습해 보라고 한다. 패스는 기본 중의 기본이므로 다들 어느 정도씩은 하는 것 같다. 축구 선수는 조마다 돌아다니면서 "굿", "나이스", "좋아요" 등의 감탄사를 외친다. 드디어 내 차례, 유심히 지켜보더니 굳게 닫았던 입을 연다. "도끼로 찍듯이 발을 움직이세요." 그 말을 듣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안 찍어 봤는데 과연 나이도 어린애가 도끼를 찍어봤을까?’ 그리고는 도끼로 장작을 팰 때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는 장면을 연상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난 거주지를 딴 곳으로 옮겼고 몇 주간의 축구 연습은 끝이 났다. 그리고 틈틈이 혼자서 벽을 보며 도끼로 찍듯 패스 연습을 하고 있었다. 노력하면 안 되는 게 없다는데 무수한 반복에도 나의 축구 실력은 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교회 전도사님께서 우연히 내 연습 모습을 보게 되었다.
 
 "집사님, 뭐 하세요?"
 "축구 패스 연습하고 있어요."
 "근데, 무슨 패스를 그렇게 해요?"
 "전에 이렇게 하라고 배웠는데요."

 

전도사님께서는 한 참을 뚫어져라 쳐다보시더니 급기야는 내 발목을 잡고 아주 자세하게 하나하나 가르쳐 주고는 패스 연습 상대까지 되어 주셨다.

 

  "집사님, 어때요? 이렇게 하니 전보다 훨씬 낫죠?"
  "전도사님이 아주 잘 가르쳐 주셨네요. 전엔 도끼로 찍듯이 패스하라고 배워서..."
  "그래요! 도끼로 찍듯이... 그렇게 하시면 돼요."
  “예?”

 

그 말에 나는 잠시 혼란스러웠다. 지금 내가 배우는 것은 공이 오는 방향으로 발을 미는 것이고 도끼로 찍듯이 하는 것은 공이 오는 방향에 대해 90도 방향에서 발로 밟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어안이 벙벙하여 공을 멈추고 물어보았다.

 

“전도사님, 도끼로 찍으려면 위에서 아래로 내리쳐야 하는데 지금은 발로 밀고 있잖아요.”
“아니, 그게 아니고요. 45도 각도로 나무를 찍듯이 하라고요. 위에서 아래로 내리치는 것은 장작을 팰 때고요.”

 

순간 내가 이제껏 잘못된 사고를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선생님의 강의가 생각났다.

전쟁터에서 작전을 펴는데 나침반을 잘못 보고 1도만 틀리게 가도 나중에는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어서 작전을 실패하게 된다는 내용의 강의.
나침반을 잘못 본 것은 잘못된 사고를 하고 있었음이요, 그런 생각을 하고서는 계속 열심을 낼수록 점점 더 자신이 원하고 바라는 결과와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
나 또한 그러했다. 그동안 ‘도끼로 찍다.’는 말을 장작을 패듯이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는다는 말로 오인해서 열심히 축구 연습을 했지만, 실력은 하나 늘지 않고, 오히려 패스할 때 위에서 발로 내리찍는 잘못된 습관만 갖게 되었다.

 

전도사님과 나는 10분 정도 더 연습했다. ‘도끼로 찍다.’는 말을 제대로 인식하였으니 머지않아 그라운드를 폭풍 같은 기세로 누빌 나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말이다.  

 


writer by 밤바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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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4/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