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석 목사_나만이 걸어온길

전도, 보람과 그 쓰라린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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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는 듯한 한 여름도 고개를 숙이고 빗방울도 제법 차가워졌다. 누가 재촉하지 않아도 가을비는 온종일 쏟아졌다. ‘이 가을비만 개면 날씨는 추워도 논밭에 나가겠는데 비가 개지를 않네.’ 그날도 정명석 목사는 마음 자루에 가득 담아놓은 복음의 씨가 미처 뿌려지지 못하여 마음 푸대에서 그대로 싹이 날까 걱정하고 있었다.


날이 좋아도 육신을 위해 논밭으로 나가는 바쁜 마음보다는 오히려 복음의 씨앗을 가지고  가고픈 마음이 용솟음치는 젊은 시절이었다. 달이 가고 해가 뒤바뀌는 줄도 모르고 날이면 날마다 전도하러 다니는 것만이 정명석 목사 인생의 전부였고 보람이었다. 그 당시 정명석 목사에게 큰 소원은 누가 밥만 먹여주면 일생을 두고 전도하러 다니겠다는 것이었다. 자기가 구원받은 가치를 진정 깨닫고 생명에 대한 귀중함과 구원의 가치를 근본으로 깨닫지 않고서는 전도하기 정말 어렵다고 정명석 목사는 그 때 깊이 깨닫게 되었다.


그 때는 정명석 목사가 사춘기 시절이며 한창 황소처럼 농촌에서 쓰여져야 될 나이였다. 집은 농촌이라 하루도 꼼짝할 수 없는 숨가쁜 일들이 너무도 많았다. 주일날도 교회에 갔다 돌아와서는 옷을 갈아입고 논밭으로 꼭 일을 하러 가야만 했다. 부모님이 전도되지 않았을 때라 신앙생활하기가 까다로워 교회에 나가는 것조차도 눈치코치 다보였고, 어느 때는 아버지의 천둥번개 치는 고함 소리에 교회에 가기가 얼마나 어려웠던지 북한에서 내려오는 것만큼이나 힘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정명석 목사뿐만 아니라 일곱 남매가 부모의 반대로 주일날 교회에 못 나간 날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주일 예배에 나가려면 월요일부터 일에 몰두하여야만 했다. 할 일이 많은데 교회에 간다면 용납이 안 되었기 때문에 밤이 깊도록 일요일이 될 때까지 일을 해야 했다. 그래도 농촌은 할 일이 태산 같기만 했다. 어른들이 흔히 하는 말 중에 죽어야 일을 안 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정말 농촌은 죽기 전까진 할 일이 너무도 많았다. 눈이 쌓이면 할 일이 좀 줄어 들 뿐이지 겨울철에도 할 일은 여전하기만 했다. 특히나 정명석 목사의 고향은 인삼 특수작물을 하는 금산 지역이라 손발이 쉴 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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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석 목사가 전도를 해보니 시골은 바빠서 교회에 못 다니겠다고 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았다. 도시의 전도 대상자들은 취미가 없거나, 혹은 나도 다녀봤다고 하고, 교회의 비리 때문에 교회에는 안 나가고 혼자 하나님 믿겠다, 혹은 다니기 싫다, 혹은 이단이 아니냐 등의 이유를 댔다. 물론 옛날도 전도하기 어렵고 힘들었지만 갈수록 더욱 힘든 것 같았다.


정명석 목사가 다니던 시골 교회의 전도사님은 심방은 다녔지만 노방 전도하러 다니는 것은 본 적이 없다. 정명석 목사는 누가 전도해야 된다고 그리 애원하지도 않았지만 밤낮으로 시간만 있으면 만나는 대로 보는 대로 입을 열어 교회에 나가라고 전도했다. 동서남북 어디서든 누구를 막론하고 만나면 교회에 나가라고 첫마디부터 시작했다. 세례요한 같이 광야 전도도 열정적이었다. 집집마다 다니면서도 하고, 길에 다니면서도 하고, 갈 곳도 아니지만 전도하기 위해 차를 타고 가다가도 외쳤다.

군 입대 전인 18~21세 때 전도에 불이 붙었다. 정명석 목사가 다니던 시골 교회에서는 그처럼 전도를 다니는 사람이 없었다. 전도는 하늘로부터 은혜를 덧입어야 할 수 있는 것이다. 받은 것 없이는 그 같은 감동이 일어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 때 정명석 목사가 다니는 교회의 집사님들이나 동료들은 그가 전도하러 다니는 것을 그리 달갑게 생각지 않았고 좋아하지도 않았다. 전도가 얼마나 큰 것인지 그 가치를 말해주는 사람도 없었고, 또 같이 은혜를 나눌 사람도 없었다. 은혜는 모든 사람들이 각각 받는 것이고 또 은혜를 받은 자만이 그 속을 서로 알아주고 심정을 알아주는 것이기에.


집에서는 바쁜 때에 전도를 하러 다닌다고 각종 충고와 책망을 했다. 정명석 목사는 또 각종 이유를 대면서 눈치를 보며 틈틈이 전도를 나갔다. 그 때는 아예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집을 떠나 돌아오지 않고 전도나 실컷 하였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할 때였다. 교회에서도 은근히 정명석 목사의 하는 일을 반대하고 집에서도 핍박과 반대를 했으며, 전도를 나가면 또 그 현장에서 나름대로 각종 어려움들이 정명석 목사에게 큰 문제와 절벽들로 닥쳤다.


 모든 것을 다 갖춰놓고 살 수 없고, 아무 거칠 것도 없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아무리 좋은 일을 하여도 어려움이 닥치게 되고 거기 따르는 영광과 보람 못지않은 문제들이 매일 일어났다. 그러나 생명을 구원하고 돌아오는 그 기쁜 마음은 어디에다 비교할 수가 없었고, 정명석 목사에게는 일생을 두고 잊혀 지지 않을 일이었다. 지금까지도 보람을 느끼고 신앙의 기쁨을 누리는 행복한 일들이었다.


반면에 그 때의 문제나 반대하는 사람들로부터 겪은 심적 고통들이 지금은 기억함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정명석 목사는 그 때 만일 핍박이나 반대, 혹은 사람들이 반겨주지 않는다고 전도하는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구원 받은 그 세계에서 구원을 지키지 못하고 탈락되고 말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받는 모든 고통은 구원받은 은혜와 같이 오는 불같은 시험이며, 또 일시적인 고통과 고뇌일 뿐이다. 비바람이 무섭다고 농부가 씨를 뿌리지 않거나 농사짓는데 잡초가 많아 김매기가 무섭다고 논밭에 그 좋은 씨를 뿌리지 않는다면 농부는 결국 굶어 죽고 말 것이다.


이렇게 정명석 목사는 전도에 열성을 내다 결국 버스 안 노방 전도에 만족을 못하고 기차를 타고 다니면서 전도를 하게 되었다. 누구는 김밥을 팔며, 또 땅콩과 오징어를 팔기 위해 달리는 기차에 뛰어 올랐지만, 정명석 목사는 오직 생명구원에 욕심을 부리고 달리는 기차에 뛰어 올랐다. 전도에 목적을 두고 있었기에 생활 중에 이동이 필요할 때 기차를 종종 이용했다.


그러나 타는 것도 타는 것이지만 전도하는 것이 더 문제였다. 처음 기차 안에서의 전도는 정말 당황스러움의 연속이었다. 정명석 목사는 첫째 칸에서 맨 마지막 칸까지 멋쩍게 횡단만 거듭했다. 꼭 전도를 할 대상이어서 발을 멈추고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무슨 말을 먼저 하여야 할지 망설이다가 당황하고 그냥 지나가기만 했다. 정말 심정은 불타고 가슴은 찢어지는 듯했다. 너무 괴로워서 열차에서 몇 번이나 뛰어 내리고 싶었다. 기차 칸마다 사람들은 만원이었다. 결국 자신이 죽으면 이같이 천불나게 하고 싶었던 전도를 못하게 되니 죽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밖에 나가 찬 공기를 들이마시고 말 연습을 하고서 또 들어가 돌아다녔다. 기차 한 칸에 앉아 있는 사람 모두를 전도하겠다고 입을 깨물고 장담하고 들어갔으나 한 두 사람의 전도에서 끝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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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 밤엔 돌아와서 아예 집에 들어가지 않고 고향 산 너머 다리골 옛 금광 굴로 들어가 밤새 기도하며 울었다. 기도로 그 영혼과 육신들이 하나님을 믿게 해달라고 애타게 간구할 수밖에 없었다. 청중에게 그 속에 불타는 복음을 전하지 못하고 그냥 돌아온 것이 얼마나 하늘 앞에, 그를 구원시킨 예수님 앞에 부끄럽고 죄송한지 얼굴을 들지 못하였다. 오직 꿇어 간구하며 그들을 위해 기도하니 낮에 기차 안에서 보던 사람들이 보이고 청중이 보였다. 그래서 입에서 불이 나도록 외쳤다.


“주 예수를 믿어라. 저 멸망의 지옥 불에는 가지 말아야 함이다. 누가 이 세상에 살면서 저 지옥의 고통을 본 자가 있으랴. 누가 이 세상에 살면서 저 영원한 천국의 이상세계를 본 자가 있으랴. 본 자는 나와 같이 입에서 피가 나도록 소쩍새처럼 밤새 목을 놓아 외칠 것이다. 인생이 일생을 두고 목숨을 걸고서 꼭 하여야 할 일이 있으니 하나님을 믿고 멸망의 저 길을 면하는 길이라!”고 외쳤다.


이 세상은 너무도 초라한 세상, 죄악의 세상, 허무한 세상, 거짓과 가증스러운 세상, 저 하늘, 저 천국 하나님의 나라와는 비교가 안 되는 세상, 마치 선진국과 저 후진국, 3만 년 전의 선사시대 사람보다 더 비교가 안 되는 세상이었다. 그날 밤 정명석 목사는 굴에 들어와 자신의 부족으로 낮에 의식하여 제대로 전도하지 못한 것을 회개하며 기도했다.

이렇게 정명석 목사는 자신이 있을 때는 직접 나가 전도하고 자신이 없을 때는 굴속에 들어가서 기도로 하나님께 간구하여 자신의 구원받은 그 은혜에 감사 감격했다.


정명석 목사도 처음에는 전도의 길이 미약하고 연약했다. 그도 부끄러워했고 말솜씨가 없었으며 또 전도 나가면 어떻게 말할까 쩔쩔매었다. 그러나 이제는 개인 전도, 가정 전도, 노방 전도, 청중 전도에 달인이 되었다. 이렇게 될 때까지는 30년의 외침과 수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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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 갔다 오고도 전도의 불은 여전히 꺼지지 않았다. 어느 날은 시간상 멀리까지 가지 못하고 산 너머 진산으로 갔다. 면소재지라 다 구면(舊面)인 사람들이었다. 아는 사람일수록 더 말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전도하겠다고 밤새워 기도 굴에서 기도하였으니 ‘꼭 전도하고 집에 가야지.’하며 각오를 하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진산 저수지 유원지 포장마차 집에 들어갔다.


시골 포장마차 집은 한마디로 술집이다. 들어가자마자 젊은 아주머니가 정명석 목사에게 하는 말이 “술은 뭘 드실래요?”했다. 정명석 목사는 당황했다. 술 먹으러 들어간 것이 아니었기에 그랬다. “술은 먹을 줄 모르니 계란이나 후라이하여 몇 개 주세요.”라고 했다. 그 아주머니는 이런 것은 집에 가서 색시한테 시키라고 했다. 이에 정명석 목사가 부인이 없다고 하니 “이렇게 멋있는 사람이 총각이란 말이요?”했다. 그 아주머니는 얼굴에 화색이 돌더니 자신도 결혼을 안했다며 연애하자고 하였다. 그럼 아가씨냐고 물어보니 요즘에 그런 쑥맥이 어디 있느냐고 오히려 큰소리를 쳐 정명석 목사를 당황케 했다.


그래도 정명석 목사는 웃으면서 교회 다니냐고 물었다. 아주머니는 바쁜 사람이 무슨 시간이 있다고 교회에 다닐 수 있겠냐고 자기가 믿지 않음을 확실하게 말했다. ‘아, 이 사람이 교회를 다니지 않는구나.’ 정명석 목사는 교회를 다니기 때문에 자신과 친해지려면 교회를 다녀야 한다고 하자, 그 아주머니는 “교회에 안다녀도 나에게 남자들이 밤마다 찾아온다.”고 하였다. 성령의 감동을 받아 말을 해도 아주머니의 언변에 말문이 막힐 정도였다. 하지만 이왕 포장마차에 들어왔으니 이런 사람들을 앞으로 어떻게 전도해야 할지 판단 할 수 있는 기회였다.


계속 전도하려고 하니 전도하러 여기 들어왔냐며 싫어했다. 하지만 정명석 목사는 끝까지 웃어가면서 하나님을 믿고 예수님을 믿어야 한다고 하니, 아주머니는 믿으면 좋다는 걸 알지만 바빠서 갈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실상 마음 괴로운 일이 있을 때마다 하나님을 안 믿어서 그런 것인 줄 많이 느꼈다고 했다. 나중엔 자기도 평생 포장마차에서 살 사람이 아니니까 앞으로 꼭 교회에 나가겠다며 기도를 많이 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어서 돈 많이 벌어서 이것을 그만 하도록 하나님께 빌어 달라고 하였다. 그리고 자기 같은 죄인도 하나님을 믿으면 하나님이 받아 주느냐고 물었다.


정명석 목사는 하나님이 자신의 쑥스러운 마음을 감동시키지 않았으면 술도 안 먹는데 왜  여기에 들어왔겠냐고 하였다. 자신은 계란 후라이를 먹으러 온 것이 아니라고 했다. 돈은 없지만 주머니를 털어 오직 전도하려고 계란 후라이를 시켜 먹었다고 하니, 아주머니는 계란 값은 안 받을테니 더 먹고 가라고 계란뿐만 아니라 술을 제외한 나머지 먹고 싶은 것을 다 먹으라고 포장마차 차림을 독상처럼 떠밀었다. 이 모든 상황이 감격스러워 뜨거운 심정이 흘러넘쳤다.


이 때 손님 두서너 명이 “오늘은 조용하네.”하고 들어왔다. 전도를 할 동안에는 손님이 없었다. 하나님께서 전도를 할 땐 손님이 못 오게 정말 조용하게 해주셨던 것이다. 그 아주머니는 다음에 또 오라고 하였지만, 26년이 넘은 오늘까지 그 포장마차 집은 다시 가지 못했다. 정명석 목사는 지금도 그 곳을 지나가면 그 옛날 생각이 떠오른다. 지금은 그 자리에 불고기 식당이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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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본격적으로 노방전도를 다녔고 서울 용산 지역, 신촌 지역… 등 열렬히 거침없이 다녔다. 전도하면서 정명석 목사는 한 번도 이성의 유혹에 빠진 일은 없었다. 때로는 전도 못하고 혼이 나고 쫓겨나온 때도 많았다. 그러나 결국은 거의 하나님을 믿겠다고 했다.


전도자들은 매일 자기 신앙을 위해서, 다른 사람의 영혼을 위해서 매일 기도해야 한다. 자기가 약한데 사명만 가지고 하다가는 유혹에 빠져, 오히려 남을 구원하다 자기가 사망과 흑암에 빠지는 일이 많다. 하나님이 용서해준다 하지만 잘못하면 사도 바울 선생의 말과 같이 남을 구원해 놓고 자기가 멸망할까 두려운 일이 생긴다. 홍수에, 급류에 떠내려가는 생명을 건지려다가 자기 생명이 급류에 휩싸여 떠내려갈까 조심하여야 한다. 건지기만 하면 그 얼마나 보람일까. 영원히 감격 감사일 것이다.


구원하는데 여러 방법이 있으나 잘못하면 상대로부터 갖은 욕설을 얻어먹게도 되고, 또 시험들 일이 생겨 각종 고통도 생기게 마련이다. 하나님이 살아 계시는 한 모든 것을 그에게 맡기고 그를 인정하며 전도만을 하여야 한다. 다른 사람을 구원시키면 결국 하나님이 자기 구원을 더 완전하게 해 주심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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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