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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오는 길by 펜끝 이천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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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인은 에핌, 그의 친구 엘리사. 신께 예배드리는 예루살렘을 향한 순례길 여정.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두 노인』 두 노인의 이야기는 성향도 사고도 서로 다른 둘이 언제부터 약속했던 순례길을 우여곡절 끝에 걸으면서 시작된다.

진중하고 다소 단호한 성품의 유복한 농부인 에핌은 떠날 때부터 집안 걱정이 태산이라 어서 여정을 끝마치려는 마음이 컸다. 반면 형편이 넉넉하진 않지만 명랑하고 너그러운 엘리사는 그런 친구 에핌을 다독이며 한참을 같이 걸었다. 엘리사는 목을 축이고자 잠시 어느 오두막에 들러 에핌과는 다음 행선지에서 서로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굶주리고 심지어 병들어 사정이 아주 딱한 일가족을 마주하게 된다. 엘리사는 물을 길어 함께 마시고 자신의 것마저 다 내어주며 이들을 몇 날 며칠 보살폈다. 스스로 일어서 일할 수 있게 된 기적이 일어났다. 엘리사는 이미 많은 시간과 경비를 써버렸기에 순례길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오기로 한다.

에핌은 예루살렘에서 빛나는 엘리사의 모습을 보고서 반가움에 찾아다녔지만 결국 만나진 못했다. 여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지난번과 전혀 다른 생기가 도는 오두막에 들어갔다. 그분을 통해 두 발로 일어설 수 있게 되었고, 마침내 신을 알게 된 이야기 그리고 세상엔 선한 사람이 있음을 믿게 된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된다.

드디어 집에 도착한 에핌은 엘리사를 만나 이야길 꺼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자네가 머물렀던 오두막에 들렀는데..." 엘리사는 화들짝 놀라며 "여보게, 그건 신의 일이야. 신이 하시는 일이지! 어서 들어가세. 자네에게 꿀을 좀 떠 주지." 화제를 돌리며 서둘러 말했다. 에핌은 더 이상 오두막집 사람들에 대해서도 그가 어떻게 엘리사를 예루살렘에서 보았는지도 말하지 않았다. 그저 신에게 맹세한 약속을 지키고 신의 뜻을 이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각자 살아가는 동안 다른 이들에게 사랑을 베풀고 선을 행하는 일임을 깨닫는다.
때로 성전에 가서 예배를 드려야만 우리는 신께서 원하시는 일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자신이 신이 거하는 성전이 되어 언제 어디에 처하든 신의 뜻을 행하는 것이야말로 신께 드리는 영광임을 잊을 때가 있다. 곁에 있는 이들에게 그 사랑을 나누고, 선한 행실로 돕고 보살피는 의로운 삶, 신이 주신 진정한 행복이 오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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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