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엄마by 펜끝 이천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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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그에게 얼마나 의지가 되는 존재였는지. 그가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그 집 감자조림이 맛있었다고 하면 이튿날 감자만 한 솥을 삶고, 모기가 물어서 가렵다고 징징거리면 모기를 잡을 때까지 손자 곁에서 뜬눈으로 밤을 새우던 할머니를 떠올렸다.
......
당신 얼굴에는 싸구려 크림 하나 바르지 않으면서 읽지도 못하는 비싼 크림을 사 와서는 아토피에 좋다고 한 통을 온몸에 발라주던 일까지.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 사랑이 아닌 것이 없었다.’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 중에서

돌아가신 할머니를 그리워하던 손자가 꿈속에서 할머니를 만났다. 그 애틋함에 살짝 울컥한다. '꿈 백화점'이라는 화려한 상상의 세계를 따라가면서 흥미진진하던 차에 나타난 뻔한 감성적인 장면. 하지만 그 뻔한 덫에 빠져 가슴이 몽글해진다.

할머니일 수도 있고 어머니일 수도 있다. 우리는 그들의 사랑으로 살아간다. ‘사랑’이란 너무 많이 사용해 버린 진부한 단어지만, 언제나 절실한 감정이기도 하다. 4차 혁명을 이야기하는 지금도 여전히 사랑은 모두에게 진지한 숙제니까. 그 대상이 애인이든 부부이든, 부모이든, 또 신을 향한 것이든.

나는 글 속에 묘사된 할머니와 아주 다르다. 아들이 감자조림이 맛있다고 하면 검색해서 주문하고, 모기가 물어서 가렵다고 하면 모기장을 쳐주고, 딸이 사용할 아토피 크림을 사면서 내 화장품도 같이 산다. 이런 나는 어떤 엄마로 기억될까? 가슴 뭉클한 그리움이 될 수 있을까.

“나중에 엄마가 죽고 나서 꿈속에 나타나면 어떨 것 같아?”
“그런 얘기 하지 마~~~ 그런 생각 하고 싶지 않아.”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 말이야. 어떤 엄마로 기억될까?”
“음.... 장난 많이 치는 엄마, 내 이야기 잘 들어주는 엄마.
꿈속에서 만나면 너무 슬플 것 같아.”

대단한 희생을 하지 않아도, 엄마는 소중한 사람인 거다. 표현 방법은 시대나 개인의 성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그 안에 담긴 ‘사랑’은 같다. 행동보다는 그 안에 담긴 ‘사랑’이 그 사람을 존재하게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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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4/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