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아름다운 목련by 펜끝 이천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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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꽃 지는 모습 지저분하다고 말하지 말라
순백의 눈도 녹으면 질척거리는 것을
지는 모습까지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복효근, <목련 후기> 중에서

고등학교 시절, 학교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던 정원은 그럭저럭 운치가 있었다. 처음으로 매화나무를 본 것도 그때였다. 조금씩 꺽어지는 가지의 모습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드문드문 피어나는 작은 꽃도.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면 기분이 좋아졌다. 정원의 중앙에는 커다란 흰 꽃을 피우던 목련도 두 그루 있었다. 함박눈 같은 모습에 반했지만, 땅에 떨어져 커다란 갈색 덩어리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나에게 목련은 못생긴 꽃이 되었다. 화려한 겉모습만 자랑하다가 추한 속마음이 드러나 쫓겨난 ‘백설 공주의 새엄마’ 같은 꽃이었다. 화려하지 않지만, 추운 날씨에도 꿋꿋하게 꽃을 피우는 매화를 사랑할수록 목련은 더 나쁜 꽃이 되어버렸다. 그런 나에게 복효근의 <목련 후기>라는 시는 충격이었다. 함박눈처럼 피어나는 모습을 보고 ‘아름답다’ 기뻐하며 사랑해 주면 될 것을, 지는 것까지 예쁘길 바라며 그렇게 미워했던가 반성하게 된다.

사람은 다 다르니 나와 다르다고 해서 미워하지는 말자고 생각했다. 급하게 보채지 않아서 좋다고 생각했던 동료가 일 처리도 느리게 해서 내가 손해를 본 적이 있다. 장점이 단점이 되기도 하고 단점이 장점도 되는 것이니 탓하지 말자고 생각하며 속으로만 화내고 말았다. 그런데 왜 목련에게는 그렇게 화를 냈을까? 시인의 말처럼 순백의 눈도 녹으면 질척거리는 것인데. 이제는 떨어지는 목련꽃을 보면서도 아름답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화려한 꽃을 피우느라 수고했다고, 시들어 가는 모습 부끄러워하지 않고 매년 꽃 피워주니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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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3/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