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속 좁은 놀이터by 날개단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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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골목은 우리들의 놀이터였다. 나는 하교하자마자 현관 앞에 책가방을 집어 던지고 골목길로 나오면 친구들이 하나둘 모여 있었다. 걔 중에는 동생을 데려온 친구들도 꽤 있었다. 먼저 온 친구는 굴러다니는 돌멩이를 들고 선을 그었다. 1부터 8까지 숫자를 쓰고 반원으로 하늘까지 그리면 사방치기 모양이다. 애들은 굴러가지 않을 납작한 돌멩이를 고르기 바빴다.

돌멩이를 던지며 땅따먹기를 한참을 하고 나면 슬슬 지겨워진다. 어느샌가 돌멩이를 집어 던지고는 다른 게임을 찾았다. 한 친구가 가까운 대문 앞으로 가서 터를 잡고는 다방구를 외친다. 술래를 정하고 나머지 인원이 너무 멀리 도망가면 힘드니까 친구 집 대문에서 전봇대 앞 슈퍼까지 범위를 정한다. 친구들이 사방으로 흩어지자 술래는 달리기가 만만한 동생들부터 잡는다. 동생들은 대문 앞에 갇힌 시늉을 하며 꺼내 달라고 소리를 친다. 우리는 갖은 표정과 말로 술래를 도발하며 대문에서 나오게 했다. 꿈쩍 안 하던 술래도 자신을 놀리는 아이들의 말에 발끈하여 쫓아 나오면 근처에 숨어 있던 한 친구가 달려 나가 동생들을 다방구 외치며 풀어주었다. 잡힌 놈 풀리든 말든 술래는 자기 놀린 친구 쫓아가기 바빴다.

심심하면 양쪽 골목길을 막아 축구도 하고, 셋씩 넷씩 편을 먹어 우리 집에 왜 왔냐면서 동네가 쩌렁쩌렁 울리기도 했다. 심심하면 골목길에 선 하나를 그어 한 발 뛰기도 하고 전봇대에 말뚝박기도 했다. 골목길은 우리들의 놀이동산이었다.

어느 순간, 골목길에서 아이들 노는 소리가 듣기 힘들어졌다. 배드민턴 쳐 봤던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몇 번 공이 오고 가면 택배차가 오고, 다시 공을 치려 하면 트럭이 오갔다. 10분 사이에 열대는 넘게 지나간 것 같다. 축구라도 하려고 하면 어디 빌라 창문에 공이 날아가지 않을까, 주차된 차 밑으로 공이 들어가지 않을까 걱정이다.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한 골목길이다.

그저께 아들과 놀이터에서 갔다. 한 무리의 아이들이 있었다. 한 아이가 흥에 겨웠는지 만화영화 노래를 신나게 불렀다. 근처 의자에 앉아있던 할아버지가 얼굴을 찡그리더니 시끄럽다면서 소리를 질렀다. 집에 가서 떠들라는 이야기다. 아이는 깜짝 놀라서 입을 닫아버렸다. 놀이터는 조용해졌다. 나는 할아버지를 흘겨보았다. ‘그럼 대체 어디서 놀라고?’ 이젠 놀이터도 눈치를 봐야 하나 싶었다.

이렇게 속 좁은 놀이터에서 무슨 상상력이 피어날까?
추억도 공간도 어른들이 다 가져야 속이 시원한가?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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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1/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