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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by 펜끝 이천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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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대 연습 가야 해!’
토요일, 늦지 않도록 바쁘게 움직여 일을 마무리하고 교회로 출발한다. ‘왜 이러지?’ 다른 때와 달리 신이 나지 않는다. ‘가지 말까?’ 성가대 연습하는 내내 시큰둥했다. 헉헉대며 갔어도 연습하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항상 은혜로웠는데 오늘은 정말 이상하다.

일요일 아침. 둘째가 간지럽다고 밤새 뒤척였다. 알레르기가 있어 가끔 두드러기가 올라온다. 몇 번을 자다 깨다 반복하고 나니 잠을 잔 건지 만 건지 모르겠다. ‘피곤한데 오늘 성가대는 쉴까?’ 아침 성가대 연습을 안 가면 더 잘 수 있다. ‘올해 마지막 성가대인데 가야지~’ 두 마음이 엎치락뒤치락한다.

둘째를 쳐다본다. 지난주에 늦게 가서 아쉬워했던 둘째다. 성가대 연습 때문에 항상 일찍 가다 보니 어느 순간 적응이 되어버렸다. 일찍 가서 예배 준비하는 분들도 돕고 일찍 온 친구와도 놀다 보니 그 시간을 좋아한다. ‘그래, 가자!’ 서둘러 준비하고 출발한다.

성가대를 쉬고 있을 때, 나는 꼭 성가대를 다시 하게 될 거라고 믿었다. 시간은 걸렸지만, 결국 방법을 찾았고 일정까지 바꿔가며 토요일 연습 시간에 갈 수 있게 만들었다. 어린 둘째가 일요일에도 일찍 일어나야 하는 것이 안쓰러웠지만 그것으로 망설이지는 않았다. 그런 내가, 아무런 방해물이 없어진 지금, 스스로 가기 싫어지다니!

우연히 본 유튜브에 유명한 강사가 나와 이야기한다. ‘인간의 두 번의 착각’이 있는데, 그 하나는 ‘열정이 영원할 거야’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권태가 영원할 것이다’라는 것. 자기 일에 열정이 컸던 만큼 권태기도 심하게 온다고 한다. 하지만 이 권태기가 지나고 나면 성숙기가 찾아온단다. 불꽃은 사라졌지만, 숯불처럼 은근한 열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는 단계다.

권태기인진 모르겠지만, 이것도 지나갈 것이다. 이것이 진짜라 생각하고 포기하면 안 된다! 오늘도 연습은 지루했지만 내 입에선 성가곡이 흘러나온다. 언제나 주의 말씀이 곡이 되어 내 인생을 따라 흘러가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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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