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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산책by 날개단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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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기도를 마치고 문뜩 산책하러 나갔다. 현관문을 나서니 날이 밝다. 여름이라 해가 일찍 떴다. 공기가 제법 차갑다. 운동하기 좋은 시원함이다. 골목길은 생각보다 부산하다. 출근하는 아줌마, 뛰어가는 학생, 산책하는 노부부...

시계를 보니 5시 반이다. 대공원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람들이 제법 모여든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다들 운동복차림에 발걸음도 경쾌하다. 대공원 구의문 앞에 벌써 작은 시장이 열렸다. 언제 이렇게 채소를 수확했을까. 문 너머 배드민턴 코트는 기합 소리로 시끄럽다. 그 옆 운동장으로 사람들이 걷기 운동을 한다. 참 부지런하다. 다들 자고 있는 줄 알았더니 나만 자고 있었나 보다.

대공원 산책길을 걷다가 후회했다. 아, 색다른 길로 걸을걸. 이렇게 딴생각하고 있으면 발걸음은 익숙한 길을 쫓아간다. 마치 잠자는 김유신을 태우고 기생집으로 향했던 말처럼. 지겹다 지겹다 하면서 왜 또 그 길로 갔을까. 가끔 나도 모르게 길을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한때 코로나 때문에 대공원 동문이 막혔다. 그래서 구의문까지 2배 더 걸어가야 한다.

그런데 핸드폰을 잠시 보다 눈을 들면 동문 앞에 서 있다. 아이쿠! 내가 정신줄을 놓았구나. 왜 그럴까 고민해보니 습관이었다. 몇 년을 걷다 보니 이젠 머리가 아닌 몸이 기억한다. 몸도 기억하는구나. 새삼 놀랍다. 되돌아가려고 하니 너무 멀리 왔다. 오늘은 포기다. 내일은 새 길로 가야지. 머리가 기억해야 몸이 따라온다.

대공원은 거대한 다람쥐 통 같다. 사람들 모두 대공원 둘레길을 모두가 강강술래다. 어쩜 튕겨 나오는 사람 없이 다들 둥글게 둥글게 일까. 그래서 한번 삐져나와 본다. 남들과 다른 길을 간다는 것은 조금 부끄러운 것 같아 눈치를 살핀다.

아무도 나에게 신경 쓰지 않는다. 나만 신경 썼나 보다. 불필요한 걱정이다. 누가 그랬다. 걱정해서 걱정이 해결된다면 걱정하라고. 그런데 걱정해서 걱정이 해결됐나? 난 두통만 떠오른다. 역시 사람들이 없으니 걸음을 재촉하지 않아서 좋다.

아무 생각 없이 걸었는데 뭔가 생각했다. 낯선 경험에 생각이 낯설어진다. 좋은 징조다. 코로나로 일상에 제약이 걸리니 사고도 굳어간다. 조금씩 삶을 비틀어보면 풀어지리라. 생각해보니 자전거 밤 산책도 괜찮을 거 같다. 뚝섬까지 가볼까? 고민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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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0/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