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감각by 날개단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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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방의 작은 도시, 그 도시에서도 읍에 살고 있다.
읍 중에서도 변두리에 살다 보니 앞뒤 베란다에 서면 산이 보인다.
좀 더 과장을 보탠다면 뒷 베란다는 바로 코앞에 산이 있다.
그래서인지 아침이면 짹짹, 찌~찌~ 삐삐 뻐꾹 뻐꾹, 까악~까악~
다양한 새소리가 들린다.
그러다 보니 불현듯 산속에 사는 자연인이 된 기분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어느 날은 집 밖을 나왔는데 흰색과 검은색의 조화가 멋진 까치들이 모여 있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까치를 가까이에서 본 적 없어 얼른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데 도망가지도 않고 당당히 모델 포즈를 취한다.
그날 집에 반가운 손님이 올 계획은 없지만, 그냥 기분 좋은 하루가 될 것만 같았다.
또 어느 날은 까마귀들이 날아와 우리 집 에어컨 실외기에 앉아 있는데 어찌나 기분이 나쁘던지.
그렇다고 꼭 나쁜 일이 생긴 건 아니지만 말이다.

이렇게 다양한 새소리를 들으며 산 지 7년째.
액자가 걸려 있던 벽에 액자가 없으면 허전하듯 새소리도 이렇게 듣다가 듣지 못하면 많이 허전할 것 같다.
그런데 몇 년을 살다 보니 까치를 봐도 반가운 손님은 오지 않고, 까마귀가 내 머리 바로 위에서 지나가도 나쁜 일은 없더라.
그냥 숲이 있고 새가 많은 곳에 이 아파트가 들어섰고 내가 살고 있을 뿐.

그러나 살짝 걱정되는 것이 있다.
정말 귀한 손님이 오는 날 기쁘게 노래하는 까치를 그냥 노래 부르고 싶은 까치로 여길까 봐.
불길한 징조와 죽음을 알리는 까마귀의 외침을 시끄럽다 무시하고 살까 봐.

새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에 무뎌진 감각을 조금씩 끌어올려야겠다.
모든 일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살면 피곤하겠지만 너무 무감각하게 살기는 싫으니
이제부터 까치와 까마귀 그리고 많은 새 친구들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가져봐야겠다.

(높은음으로, 청아하게 누군가를 부르듯) 깍~ 깍깍
(중음, 이야기하듯) 가악~ 가악~

쫑긋 귀를 세우고 듣는다
같은 듯 다른 소리를

두 눈에 불을 켜고 본다
닮은 듯 다른 모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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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