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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 미스터리by 날개단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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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연히 A형이었다.


A형답게 친척들 앞에서도 낯가림이 심했고, 친한 친구도 반에 한 명이면 족했다.
누가 부탁을 하면 거절을 못 해 끙끙대며 일 해결하기에 바빴다.
말 한마디에 눈시울이 붉어지고 하고 싶은 말은 항상 가슴 속에 담아두었다.


말을 더듬는 것도 성격 탓 같았다.
누군가에게 전화하는 것도 너무 싫었다.


생물 시간, A형이 AA와 AO로 나뉜다는 것을 알고는
‘난 AA임이 틀림없어. 이렇게 소심할 수가 없잖아.’
무엇보다 학생 기록부에 A형이라고 적혀 있었다.
빼도 박도 못할 의학적인 증거였다.
‘난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나 보다...’
 한숨이 절로 났다.


결혼 후,
첫째를 낳고 아이 피검사를 하게 되었는데,
“AB형이네요.”
뭐? AB형? 왜 이게 나와? 이거 막장 드라마에서나 나온다는...
“네? 아이 아빠랑 저랑 A형인데요.”
“어머, 모르셨어요? 어머니 B형으로 나왔는데.”
“제가 B형이라고요?”


옛날 혈액형 검사는 오류가 많다고 한다. 그렇게 나는 30년 만에 B형 여자가 되었다.
간섭을 유난히 싫어하고 자유분방하고, 새로운 것이 있으면 무조건하고,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더 하려는 청개구리 B형... 내가?


‘내가 B형이라고? 30년을 소심하게 살았는데... 근데 내 성향이 청개구리라고? 그래?’
혈액형 탓인지, 자각 탓인지는 몰라도 그 이후 성격이 바뀌기 시작했다.
싫은 것은 싫다고 말하고, 화내는 것도 참지 않았다.
부탁받은 일도 적절히 거절했다.


다른 사람 눈치도 덜 보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은 기어코 했다.
‘누가 나를 나쁘게 보면 어떻게 하지?’ 했던 내가
‘뭐 어때 내가 하기 싫은데~’ 이렇게 바뀌었다.
혈액형 하나 달라졌다고 사람이 이렇게 바뀌나?
아니지. 혈액형이 바뀐 게 아니지. 혈액형은 원래 B형이었다.
내가 나를 A형이라고 생각하니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한 것이다.
생각이 나를 A형으로 만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B형 여자가 된 후 성격이 바뀔까.


나를 변화시킨 것은 생각이다.
생각의 변화가 성격의 변화를 가져왔다. 그래서 생각이 신이라고 하는 것 같다. 


요즘 마흔 먹었다고 힘들어 죽겠다고 읊조리는데 이 또한 생각의 장난 같다.
마흔은 두 번째 이십 대가 아닌가!
생각을 바꾸면 좋은 변화가 나에게 다가올 것이다.
내가 B형 여자가 된 것처럼.


생각은 나를 바꾸는 또 다른 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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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9/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