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조계 “녹음파일 조작·편집 인정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모순”
- 배 교수 법정 증언들, 내용별로 판결문에 전혀 적시되지 않았다
- 핸드폰 진동소리, 마우스 클릭소리와 제3자 음성 등은 일반인도 청취 가능
배 교수는 증인신문 당시 ▲핸드폰 녹음 시 발생할 수 없는 녹음파일 시작/끝부분의 ‘마우스 클릭음’ ▲아이폰은 녹음 중 진동음이 녹음되지 않음에도 녹음된 핸드폰 진동 소리 ▲녹음파일에서 발견된 제 3자의 목소리 50여 개 중 ‘그래 여기, 크크’, ‘조용히 해, 조용히, 이상해’, ‘오케이’, ‘네’ 등이 발견됐다며 이는 녹음파일 편집 과정에서 실수로 녹음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고소인이 주장하는 피해 현장에서 50m 떨어진 인근 약수터의 물 뿌리는 소리와 물 펌프 전원 차단기 소리가 녹음된 부분도 제3의 장소에서 녹음파일이 편집된 근거로 주장했다. 이들 조작 의혹 부분들은 이후 9월 6일 결심공판에서 재생됐다.
▲ 소리분석전문가 숭실대 배명진 교수는 지난 8월 22일 속행된 정명석 목사 항소심 6차 공판에서 녹음파일의
여러 특징들을 볼 때 전반적으로 편집·조작됐다고 증언했다.
법조계에서는 배 교수의 이러한 증언들이 내용별로 판결문에 전혀 적시되어있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특히 핸드폰 진동소리, 마우스 클릭소리와 제 3자 음성 등 문제의 녹음 구간은 특별한 이론적 근거가 필요 없이 일반인들도 볼륨과 스피드 조정만으로도 들리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같은 판결이 나온 것은 어떻게든 재판부가 녹음파일 조작·편집, 더 나아가 이번 사건 근간을 뒤집는 ‘기획고소’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이며 증거 가치에 대한 판단상 오류로 위법에 해당된다고 해석했다.
두 번째는 전 JMS 교인 L씨가 폭로한 기획고소 의혹에 대한 심리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L씨는 <나는 신이다> 2 제작팀이 자신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할 것을 통보하자,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자 재판부와 정 목사 측 변호인, MBC 측에 2차례에 걸쳐 내용증명을 제출했다.
정 목사 측 변호인은 고소인들이 반JMS활동가와 기성 기독교 교단의 도움을 받아 허위 사실을 바탕으로 정 목사를 계획적으로 고소한 무고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해왔는데, L씨의 내용증명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근거로 떠올랐다.
▲ 지난 9월 6일 정명석 목사 항소심 결심공판 이후 대전법원 정문 앞에 ‘기획고소 드러났다’는 기독교복음선교회에서
내건 현수막이 보인다.
▲ 전 교인 L씨가 카톡증거자료를 재판부와 MBC, 정 목사 측 변호인 등에게 내용증명으로 보내면서 ‘기획고소’를
폭로한 가운데, 기독교복음선교회 교인들이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이에 대해 알리고 있다.
L씨의 내용증명에는 과거 L씨와 고소인, 반JMS활동가 K교수 등 당사자들과의 카카오톡 대화내용이 있었다. 그 중 L씨가 M씨를 상담해준 카톡 내용에서 홍콩 국적 고소인 M씨는 선교회를 탈퇴한 이유가 정명석 목사나 JMS가 이상해서가 아닌, 남자친구를 사귀고 싶어서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M씨가 “소송 이기면 정말 돈 받을 수 있을까요?”, “녹음파일이 과연 우리에게 유리한 증거가 되는지, 해외 애들도 (고소)같이 하고 싶은데 어떻게 연결할지”라며 묻고 있어 금전을 노린 기획고소를 한 정황을 발견할 수 있었다.
▲ M씨가 녹음파일이 유리한 증거가 되는지, 해외 애들도 같이 하고 싶은데 어떻게 연결할지 전 교인 L씨에게 묻는
카톡증거자료(사진제공=제보자)
M씨가 고소를 위해 정 목사를 일부러 ‘주님’이라고 부르며 의도적으로 통화를 연출해서 녹음한 정황도 나와 있다. 또한 L씨가 기성 교단 목사와 M씨의 녹음파일에 대해 의논한 결과, “정명석 목사의 음성이 잘 안 들리고 성경 강의 비슷한 내용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녹음파일로는 성폭행의 증거가 될 수가 없다고 생각해 변호사에게 법리적인 검토를 더 받아 보자”는 결론을 내린 사실을 밝히고 있어 녹음파일을 조작·편집해 제출한 정황이 드러냈다.
▲ 전 교인 L씨가 재판부에 보낸 2차 내용증명 일부 증거자료(사진제공=제보자)
특히 두 번째 내용증명에는 그동안 배후세력일 것으로 추측되어 온 K교수가 피해자라는 이들을 모으고 변호사 선임 비용도 자신이 다 대겠다면서 기획고소를 주도한 정황이 담겨 있다. K교수는 L씨에게 카톡으로 “M씨도 언제든 우리가 연락하면 직장 그만두고 한국으로 입국하기로 약속됐다. 이제 한국 피해자만 더 모으면 잘 될 것 같다. 변호사 의견도 한 명으로는 성범죄 입증이 어렵지 않겠냐는 의견”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면서 연이어 “연락하고 계신 피해자들에게 알려주라. 변호사 선임 비용도 다 제가 댄다. 형사고소뿐만 아니라 민사소송도 제기할 거다”라는 내용을 전했다.
▲ K교수가 변호사 선임 비용을 다 대겠다는 카톡 증거자료(사진제공=제보자)
L씨는 내용증명을 통해 “M씨와 K교수가 처음부터 경제적 이득이 된다는 것을 알고 JMS와의 소송을 준비했으며 결국 JMS와의 소송을 통해 많은 경제적 이득을 챙기게 되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고 폭로했다. L씨의 폭로 직후 궁지에 몰린 K교수는 반JMS활동 커뮤니티에 “기획고소가 맞다”고 시인하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했다.
▲ 반 JMS 커뮤니티 인터넷 카페에 “기획고소 맞다”고 인정한 K교수(사진제공=제보자)
L씨의 내용증명 2건에 대해 지난 9월 6일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재판부도 “중요한 증거 같다”며 증거로 채택하면서 선교회 교인들도 반전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정작 10월 2일 선고에서 재판부는 L씨의 내용증명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이 고소인들의 진술을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가 결심공판 때 보였던 태도는 그저 말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부 법률전문가 역시 L씨와 K씨를 상대로 증인 신문을 해서 고소인들의 진술에 허위가 있는지 밝혔어야 했는데 재판부가 막연한 논리로 고소인의 진술을 모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심리미진’에 해당되는 위법이 있다고 평가했다.
신앙용어를 ‘항거불능’ 근거로 제시하는 것이 정당한가?
세 번째, 고소인들의 ‘종교 교리에 의한 항거불능’을 인정한 점이다. 고소인들이 주장하는 범행일시에서 4년이나 지나 고소한 사실 등 상식상 이해되지 않는 증언들을 검찰은 해당 논리로 설명해왔다.
법률 전문가들은 공소사실과 고소인들의 진술에 등장하는 ‘메시아’, ‘신부’, ‘순종‘, ’사랑의 대상‘ 등 신앙적 용어를 종교적 맥락에서 해석하지 않고 자연적, 사회적 언어로 해석해 항거불능 논리로 해석한 것 역시 위법이라고 주장한다.
정 목사 공범으로 구속된 ‘JMS 2인자’ 김지선 씨의 대법원 상고가 지난 10월 기각되고 원심 7년 형이 그대로 인정되었다.
김지선 씨를 비롯한 여성 지도자들의 재판은 정 목사 재판과 같이 판단되어야 하는데도 오히려 정 목사 재판보다 먼저 속행되어 “꼬리가 머리를 흔드는 격”이 됐다. 이 역시 전형적인 방어권 침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한 법률 전문가는 정 목사 재판에 대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방영 이후 정 목사와 선교회에 대한 압도적으로 부정적인 여론이 재판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며 “객관적 물증과 법률이 아닌, 여론과 종교적 신념이 판결을 좌우할 수 있는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의 한계를 보여 주는 재판”이라고 분석했다.
기사원문 : [한강일보] http://www.hangg.co.kr/news/view.php?idx=94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