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말의 의미by 펜끝 이천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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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해봐야지~ 아빠는 힘이 ‘개’ 세지~”
“어......”
“이 꽃은 ‘개’ 예쁘네~”
“아, 엄마…. 내가 잘못했어. 이건 아닌 거 같아.”

자기는 매일 쓰는 말이면서 내가 쓰니까 이상한가보다. 그래도 이상한 걸 알긴 알아서 다행이네. 아들 놀리는 맛이 쏠쏠해서 더 하다가 그만뒀다. 나도 단어마다 ‘개’자를 붙여보니 참 편하긴 하다. 이렇게 간단하게 모든 말이 강조되다니. 뜻이 강조되는 역할을 하면서 욕하는 기분까지 느끼게 해주니, 간편하면서 재미까지 느껴질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의 문해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영상을 통해 이미지와 짧은 글 위주로 접하다 보니, 긴 글이나 다양한 어휘, 특히 어렵거나 특정한 분야에서만 쓰는 어휘를 볼 일이 없다. 단순하고 쉬운 생활형 어휘만 자꾸 반복하여 쓰게 되는데, 그것도 이렇게 간단한 방법으로 변형하여 쓴다. 그만큼 사고의 폭도 줄어드는 것이 아닐지 걱정이다.

기계는 아낄수록 오래 쓸 수 있다. 관리하기에 따라 사용기간이 길어진다. 친정엄마는 결벽증이라고 할 만큼 깔끔한 성격인데, 가스레인지가 10년이 지나도 기름때 하나 없이 깨끗하다. 전자레인지도 마찬가지다. 그런 전자레인지가 숙모 집에 가자마자 고장이 났다.

사람은 기계와 다르다. 눈을 아낀다고 한쪽 눈을 계속 가리고 있으면 실명이 되어버린다. 사람의 몸은 지나치지 않는 한에서는 계속 사용해야 더 좋아진다고 한다. 어휘도 그렇다. 다양한 어휘를 자꾸 접하고 다양하게 써먹어야 표현력도 좋아지고 말의 정확성도 커진다.

김영하 작가는 글 짓는 사람을 ‘말 수집가’라고 했다. 모름지기 소설가란 적확(정확하게 맞아 조금도 틀림이 없다)한 말에 관념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작가가 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자기 생각은 적확하고 다양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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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