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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다른’ 사람들by 날개단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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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가야겠다. 과일도 담고...” 아이스박스는 안 가져갈 것처럼 하더니 다시 들고나온다.
“워터저그 가져간다며?”
“거기는 시원한 물 담고, 여기는 얼음이랑 과일 같은 거 담고....”

하루 놀다 올 건데 굳이 그렇게까지 짐을 들고 가야 하나? 이해되지 않지만, ‘내가 같이 가는 것도 아닌데, 알아서 하겠지.’ 하고 턱까지 올라온 말을 참는다.

“그렇게 웃지 마라~아”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다 안다는 듯, 신랑이 한마디 한다. 나도 모르게 애매한 웃음을 지었나 보다.

신랑과 나는 매우 다르다.
‘배고프면 금식하고 잘 곳 없으면 철야하지.’ 라던 나는,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낫지. 일단 싣자.”라고 말하는 남자와 결혼했다. 그의 가방은 항상 무겁고 트렁크는 짐이 가득 실려 있다. 덕분에 편하긴 하다. 그 가방 안에 내가 같이 쓸 물건이 있으니 말이다. 내가 볼 때, 신랑은 필요 이상으로 준비하고 사람을 챙기는 오지랖 넓은 사람이고 신랑이 볼 때, 나는 준비성이 부족하고 주변을 챙길 줄 모르는 사람이다.

살아보니, 세상에는 참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다. ‘나쁜 사람’은 없는데 ‘다른 사람’은 많다. 같은 상황에서도 다르게 느끼는 사람들. 서로 다르니, 마음이 불편하다. 나를 일부러 괴롭히는 것도 아닌데, 나는 피곤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나쁜 사람이 아니니 화를 낼 수도 없고 참 곤란하다.

그래도 각자 하는 일이 다르고 필요한 곳이 다르니, 다 달라야겠지. 모두 같으면 어떻게 여러 가지 일을 해낼까? 나와 다른 저 사람이, 내가 못 하는 일을 대신 해주는 거겠지.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떠오르는 찬양이 있다.
‘사자들이 어린 양과 뛰놀며 / 어린이도 같이 뒹구는 /
참사랑과 기쁨의 그 나라가 / 이제 속히 오리라’


사자 같은 사람, 어린 양 같은 사람이 함께 뒹구는 이상세계. 나 때문에 아직 그 나라는 속히 오지 못할 것 같다. 사자와 양이 뛰놀면 나는 밖에 나가고 싶지 않을 것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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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2/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