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이상한 아내by 날개단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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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겐 이상한 아내가 있습니다.”
“어떤 점이 이상한가요?”
“사랑하는 사이면 수시로 대화하고 싶잖아요. 그런데 아내는 대화시간을 정해서 그 시간에만 대화합니다.”
“아내가 바빠서 그렇게 정한 것은 아닐까요?”
“살다 보면 궁금한 것도 있고, 하고 싶은 말도 있잖아요. 그런데 전혀 말이 없어요.”
“성격 때문은 아닐까요?”
“저에게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닌지 걱정돼요.”
“또 다른 이상한 점이 있나요?”
“아내는 나의 말을 잘 들어주긴 하는데…. 들을 때는 그리 공감해주고 얼굴이 빛나더니, 그 이후에는 내가 한 말을 전혀 기억하지 못해요.”
“건망증이 심해진 건가요?”
“그런 것 같아요. 제 말을 다시 들을 때는 처음 듣는 것처럼 놀라워하더라고요.”
“뇌에 문제가 있는 것 같나요?”
“그건 아닌 것 같아요. 평상시 생활은 아무 문제 없거든요.”
“선택적 건망이라….”
“저는 아내가 노래하는 것을 참 좋아해요. 옛날에는 제 앞에서 많이 불렀는데….”
“노래를 안 하나요?”
“노래는 하는데 무대에서만, 청중 앞에서만, 행사할 때만 불러요.”
“그게 문제가 되나요?”
“분명 나를 생각하며 부른다고 하는데 아내는 무대만 의식하는 것 같아서 속상하더라고요.”
“아내가 무대 체질이신가 봐요^^.”
“제가 아내를 너무 사랑하나 봐요. 그래서 다 질투가 나서 그런가 봐요.”
“결혼생활은 어떠신가요?”
“평소 생활은 생기가 안 느껴져요. 그러다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감동하고 은혜받는 것 같아요. 기뻐서 눈물도 흘리더라고요.”
“평상시엔 안 그런가요?”
“평상시에는 우리가 결혼한 것이 맞나? 생각이 들 정도로 무기력해요. 서로 딴 세상에 각자 사는 것 같아요. 그러다 특별한 일이 생기면 반짝 생기가 도는 것이 아, 우린 부부가 맞구나 생각이 들곤 하죠.”


“상황을 들어보니 아내의 병명을 알겠네요.”
“벌써 아내에게 갱년기가 온 건가요?”
“아니요. 이벤트 중독증이네요.”
“중독이요?”
“부부는 평소 대화, 평소 사랑이 핵심 아닙니까. 맨날 이벤트로 사랑을 이어갈 순 없죠.
어떤 자극에만 빠져서 사랑한다면 오래 갈 수 없으니까요.”
“제가 더 많이 사랑해주면 바뀔 수 있겠죠?”
“부인을 정말 많이 사랑하시나 봐요.”
“그럼요. 137억 년을 사랑해 왔으니까요.”
“부인에게 하고픈 말씀이 있나요?”
“내 사랑이 최고 이벤트 아니겠습니까! 꼭 특별한 날, 특별한 시간대가 아니라, 매일매일 수시로 대화하며 사랑하고 싶습니다. 꼭 이루어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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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2/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