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계룡산에서 만난 할아버지by 날개단약속

20211006계룡산에서만난할아버지.jpg










추석 연휴, 가족과 함께 계룡산에 올랐다.
평소 주변에 있는 산을 간간이 올랐기에 큰 부담감 없이 가볍게 갔다 오자고 했다. 코로나로 인해 많이 달라진 일상과 추석 풍경으로 우리 외에도 산을 오르는 가족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산 입구에는 으름을 내놓고 파는 할머니 한 분이 나와 있었고, 그 주변으로는 산채 비빔밥과 다양한 음식을 파는 식당들이 꽉 차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공주 대전 근방에 있어서 가볍게 생각했는데, 갈수록 험한 돌과 가파른 경사에 숨이 턱에 차고 말수도 없어졌다. 같이 가면서도 철저히 개인전이 되는 우리 인생처럼 산행할 때는 인생길을 보는 것 같다.

계룡산은 닭 볏 모양으로 조선 초 태조 때 도읍지로 삼으려 했으나 반대에 부딪혀 한양이 도읍지가 되었다. 정감록에는 정 씨 왕조가 계룡산을 도읍으로 삼는다고 길지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다고 한다. 갑사 쪽으로 시작해 코스를 잡았다. 한참을 오르면서 몇십 년 뒤 나이 70이 되어도 이렇게 산을 오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게 가능할까... 하며 대화하고 있는데 딱 봐도 70을 훌쩍 넘기셨을 할아버지 한 분이 그 험한 산을 내려오고 있었다.

할아버지와 대화하다 보니 80 중반이 되었는데 젊어서 많이 다니던 길을 오랜만에 용기 내 오르셨다고 한다. 요즘은 노년의 삶이 길어지면서 슈퍼 시니어로 사는 것이 많은 이들의 소망이 되었는데 평소 끊임없이 움직인 할아버지의 삶이 이런 기적을 만든 게 아닐까?

정상에서 바라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한참 동안 넋을 놓고 시간을 보내다 내려와 보니 7시간이라는 긴 시간이 전투처럼 지나갔다. 도중에 너무 힘이 들어 욱!! 하는 마음도 몇 초 있었지만 아마 말이 없고 표정이 굳어진 아이도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다행히 맛있는 음식에 후식까지 먹고 나니 힘들었던 마음이 눈 녹듯이 녹아 다음에는 다른 산을 도전해보리라는 마음도 갖게 되었다.

어느 때보다 건강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많은 시대를 사는 지금, 평소에 열심히 움직이고 과정을 즐기며 행복하게 살아야겠다 실감하며 연휴를 보냈다.





조회수
28,250
좋아요
17
댓글
6
날짜
202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