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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다 사랑이지by 날개단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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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파람을 부르며 요리에 열중하는 아빠.
"아빠, 아빠는 매번 요리하는 거 힘들지 않아요?"
"재밌으니깐 하는 거지~ 힘들면 이렇게 못하지~ 뭐든 재밌게 하면서 살면 좋은 거 아니겠니~"
아빠는 단순히 재미만을 얘기한 것이 아니었다. 매사에 내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밝게 살아가길 바라는 아빠의 진심이 어려 있었다.

어느 날은 아빠가 몸살에 끙끙 앓고 계셨다. 아빠가 큰 병을 앓고 나신 뒤, 면역이 많이 떨어져서 조금만 무리해도 몸에 바로 반응이 나타난다. 아빠는 내 걱정에도 끝까지 괜찮다 하시며 아픈 내색 하나 없으셨다. 약 먹었으니 괜찮다 말만 되풀이하신다. 사랑하는 딸에게 강하고 밝은 모습을 잃지 않으시려고.

오랜만에 내려간 친정집.
자는 방에 찬바람이 많이 드니 창문에 뽁뽁이를 붙이겠다 했더니 커튼을 손수 달아주시려 전동 드릴까지 빌려다가 한참 만에 설치 완료!
하겠다 하면 밀어부치는 아빠 성격은 여전하시다. 그래도 나이는 못 속이나보다. 기다란 커튼 봉에 거는 고리 방향이 순간 헷갈리셨는지 엄마랑 끼웠다 뺐다 하시며 진땀을 뻘뻘 흘리신다. 지켜보다 죄송한 마음에 "한 철만 지내면 되는데 커튼까지, 몸도 힘드실 텐데...아빠도..."그랬더니, "그러지 않아도 방에 커튼을 달려 했었어. 이제 아마 찬바람 안 들어와서 괜찮을 거야." 하시며 되려 본인보다 날 더 챙기신다. 간밤에 춥지 않게 잘 주무셨냐는 내 질문에 "아빠는 잘 잤다. 보일러 틀고 이불 덮고 자니깐 따뜻하던데. 방은 어때? 이제 안 춥지?"하고 되물어보신다.

아빠는 항상 밝고 건강하게 자라면 그걸로 족하다고 하신다. 여지껏 공부하란 말 한마디 한적 없이 오히려 더 나가 놀라고 하시던 아빠.
큰 책망이나 화보다는 언제나 따스하게 뭐든 해보라 하시며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셨다. 거창하게 뭔가를 하지 않더라도 마음으로 함께 나누었던 좋은 시간들. 이 모든 게 사랑이었단 걸 어른이 된 지금 깨달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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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1/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