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by 날개단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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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늦은 오후.
현관문을 열고 섰는데 순간 강한 숲 내음이 스며 들어왔다.
집 앞 곳곳 온 사방이 큰 나무들로 둘러싸여 푸르른 신록이 그지없는 우리 동네.
여름의 끝이 다가오는 지금에서야 내 후각을 건드리는 나무 향기.
그동안 곁에 있어도 지나치기 일쑤였는데 이제야 그 향내를 진지하게 맡아본다.

자연은 자연답게 본연에 충실히 하고 있었다.
풀 내음이 혹여 바람 따라 사라질까 봐 깊이 들이마시고 내쉬기를 여러 번.
어쩌면 싱그런 내음이 그리웠는지 모른다.
마스크가 일상이 되어버린 코로나 시대.
자연의 향기야말로 답답했던 온 마음을 쓸어내린다.
갑갑함도 잊은 채 한 몸이 되어 지낸 마스크는 아마 우리 몸의 일부가 아니었을까.
한여름의 푸른 날이 다 가도록 솔 향기 제대로 맡아보지 못한 게 내내 아쉽기만 하다.
곁에 있으면 오히려 잘 챙겨 보지 못할 때가 있다.
가치를 잊어서이기도 하고 너무 익숙해지거나 무뎌져서이기도 하다.
옆에 있을 때 더 잘해줘야지. 있을 때 같이 느끼고 즐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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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1/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