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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아깝겠니by 날개단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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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가 세 살이 되고 어린이날을 맞이했다.
남편은 아이에게 아주 특별한 선물을 해주고 싶어 했다.
오늘 중으로 택배가 갈 것이니 놀라지 말라고 했다.
딩동 소리와 함께 어떤 물건이 현관 앞에 놓였는데 사이즈가….
장난감치고 심상치 않았다.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택배 상자를 여는데 아놔…. 맥포머0 장난감.
그것도 전 구성 풀세트 가격 35만ㅇㅇ…. 난 화장품도 로션만 바르는데….
이 인간을 오늘 어떻게 요리할까 깊은 고민에 빠졌다.
가격이 아깝다고 하면 뭐 거짓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자식이 잘 가지고만 논다면 뭐가 아까우랴마는
이제 겨우 손가락으로 상자 쌓기 하는 아이에게 너무 과분하다는 거다.

전화하면 싸울까 봐 카톡으로 폭탄 문자를 보냈더니,
신랑은 손사래를 치며 잘 가지고 놀 거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저 쓸데없는 긍정은 어디서 저렇게 샘솟는 것인지….
정말 그런 샘이 있다면 당장 삽 들고 가서 막아버리고 싶었다.
그래도 어쩌랴. 이미 저지른 일을.

우리 아들 혹시나 영재일까 혹여 건축에 남다른 조예가 있을까 싶어,
손에 맥포머0 조각을 쥐게 해주니 역시나 벽에 팩! 현관에 팩!
호숫가에 돌 퐁퐁 던지듯이 나가떨어진다.
야구에 소질이 있었나? 아니야….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자석도 모르는 애한테 이거 웬 하이테크놀로지 장난감이냐.
물어뜯고 맛보지 않는 것만으로 감사해야 하는가.

그 이후 우리 아들은 그 장난감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가끔 냉장고에 학교 알림장이나 사진 고정용으로 쓸 뿐.
35만 원짜리 자석 핀….
가격을 떠올릴 때마다 뒷목이 지끈해지는 느낌은 무엇….
둘째가 태어나서 혹시나 하며 고개를 빼꼼 열어 보았지만,
‘재미 없쪄~ 나 총 사줘~’ 이러고 있다.

‘그래 이제 놓아줄 때가 됐어. 가지고 있으면 방이나 좁지….
이제 동생네 조카도 태어났겠다~ 다 가져가라 해야겠다.’

안녕을 고하며 슬슬 작별 연습을 하려는 차에
둘째가 맥포머0를 이리저리 만지더니 한 며칠 뚝딱뚝딱한다.
빼꼼히 쳐다보니 경찰 감옥을 만들었다며 좋아한다.
감옥에는 죄인을 가둘 수 있는 특별 보호 차도 만들었단다.
그러고는 아무도 못 만지게 책상 밑에 두고는 스스로 뿌듯해한다.

조카야~ 선물 간다~ 간다~ 호언장담했더니 이게 웬 뒤통수인가.
그러기에 진작에 좀 가지고 놀지~ 꼭 보내려고 하면 저렇게 잘 가지고 놀아.

이제라도 잘 가지고 노니 조금은 다행이다.
조카야 미안하다. 조금만 기다려라.
제대로 써 보지도 못하고 보내면 아까우니까.
요놈들아~ 멕포머0도 언제까지 가지고 놀겠니~
더 나이 들기 전에 원 없이 구상하고 만들면서 써먹어라.
그래야 후회 없이 잘 가지고 놀았다~ 추억하지~
아빠 엄마 비싼 돈 주고 산 보람도 느끼게 해줘야지~

우리가 너희 앞에 뭐가 아깝겠니?
안 써먹으니 아까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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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