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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다람쥐by 날개단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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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다람쥐다.
오늘도 아침 일찍 둘째 딸내미네 간다. 잠 많은 딸내미와 손녀를 깨우고 출근 준비를 시킨다. 오전에 시장을 돌며 장바구니 가득 담아온다. 오후에는 큰 통에 재료들을 털어 두 딸 식구들 먹을 반찬을 만든다. 손자를 불러 반찬을 주고 손에 작은 용돈도 쥐여 준다. 해가 기웃하면 손녀 하원 시간이다. 양손 가득 맵지 않은 반찬들을 챙겨 귀염둥이를 맞는다. 목욕물이 뜨거울까 봐 연신 욕조에서 손을 놓지 못하고, 겨울철 살 틀까 봐 로션도 듬뿍듬뿍 바른다. 오물오물 손녀의 볼록한 배를 보면 그제야 집을 나선다. 친정집에 해야 할 일이 한가득하다. 그 늙은 손으로 하나하나 엮다 보면 벌써 밤이다.

‘오늘도 다 달렸다.’
엄마의 쳇바퀴가 이제야 멈춘다.

어느 날 엄마가 눈물을 보이셨다. 아빠가 또 못된 말씀을 하신 것 같다. 나이 들면 좀 낫겠지 했는데 아빠도 제자리다. 나는 답답한 마음에 엄마에게 한마디 했다.
“엄마! 왜 집 근처만 뱅뱅 돌아. 고생만 했는데 이제 좀 놀아도 돼.” 엄마는 내 말에 발끈했다.
“내가 왜 나가? 나갈 사람은 아빠인데. 으이구 못살아.” 그러면서 또 집으로 들어가신다.

속상하다.
엄마 다리가 쳇바퀴에 딱 붙어버린 것 같다.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조금만 걸어 나와도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데 도무지 저 좁고 답답한 세계에서 나오려고 하질 않는다. 마치 운명인 양.

생각해본다.
그리도 쳇바퀴를 끌어안고 가는 것을 보면, 저 쳇바퀴는 우리가 아닐까 하고. 젊은 날 직장 생활하며 더 많이 사랑해주지 못한 것을 이렇게 제자리걸음을 하며 그 한을 푸는 것은 아닌지. 이미 충분한 사랑을 주었음에도 본인은 아닌가 보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

당분간 어쩌면 더 오랜 시간, 쳇바퀴는 멈추지 않을 것 같다. 엄마는 우리밖에 모르는 바보 다람쥐니까. 홀로 모든 것을 감당했을 저 쳇바퀴에 작은 창을 내고 싶다. 예쁜 하트 모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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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