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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성인by 날개단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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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맨발 걷기를 한 지 석 달 정도 되었다.
불면증이 치유되고, 아침 일찍 일어나게 되었으며 피부병이 나았다고 한다.
맨발 걷기가 건강에 얼마나 좋은지 이야기를 들으니 아시시의 성인 프란체스코가 떠올랐다.
맨발에 누더기를 걸친 아시시의 성자라고 불리는 성 프란체스코는 유명한 기도문을 쓴 주인공이기도 하다.

나를 당신의 평화를 이루는 도구로 써주시옵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심이 있는 곳에 신앙을...

13세기 중세유럽은 로마가톨릭을 개혁하고자 했던 수도회 운동이 있었다.
새로운 수도회를 창설하여 세계를 변화시키겠다는 꿈을 꾼 그들은 프란체스코수도회, 도미니쿠스수도회, 베네딕트수도회, 시토수도회 등 다양했다.
특히 프란체스코수도회는 예수님의 청빈한 삶을 본받아 모든 소유를 포기하고 가난한 삶을 살며 헌신과 복종으로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였다.
그들은 신발도 신지 않고 맨발로 다녔고 옷도 누더기에 가깝게 입었는데 자기보다 그 옷이 더 필요한 자를 만나면 입고 있던 누더기마저 벗어주고
맨몸으로 가던 길을 가기도 하였다.

맨발 걷기가 건강에 좋으니 이들이 얼마나 건강했을까 하는 생각은 큰 오산이다.
우리 현대인은 하루 중 아주 잠시, 부드럽고 좋은 땅을 찾아 맨발로 걷는 것이 힐링이 되겠지만,
프란체스코 수도사들은 여름이나 겨울이나 날씨에 상관없이 자갈이나 모래, 가시밭, 어느 곳이든 맨발로 다니며 가난하고 병든 자를 찾아 봉사하였다. 그런 발이 성하였겠는가.

거지보다 더 거지 같았던 수도사들을 가난한 자들과 병든 자들도 처음에는 꺼렸지만, 진실한 사랑과 희생으로 나아오는 그들의 삶은 사람들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먹는 것도 구걸하여 먹었기에 부실했고 금식을 자주 하여 영양상태도 좋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프란체스코는 46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한다.

그리스도를 사랑해서 프란체스코수도회 사람들처럼 살고 싶어 하는 일반인들도 있었지만, 수도회의 규율이 너무나 엄격하여 감히 따라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프란체스코는 가족과 생업을 포기하지 않고도 청빈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충실한 신자들을 위해 '제3수도회'라는 규율을 만들기도 하였다.

미켈란젤로, 콜럼버스 같은 역사적 영향력이 큰 위인들도 제3수도회에 헌신했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포기한 사유재산은 가난한 자들이나 교회에 기증되어 중대한 사회복지제도를 창출했고 무기를 몸에 지니고 다니지 않았기에
당시 중세유럽의 끊임없는 폭력을 조금이나마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마하트마 간디는 프란체스코와 같은 사람이 백 년에 한 번씩 태어난다면 인류는 모두 구원을 받을 것이라 말하였는데, 과연 그럴까?
현대 사람들은 가난을 좋아하지도 않고 어느 곳에 복종하기도 좋아하지 않는다.
완벽한 진리의 말씀을 가진 그리스도야말로 온 인류의 구원을 장담할 수 있을 것이다.

새들에게도 설교한 따스한 마음을 가진 프란체스코의 맨발과 누더기를 생각하며 진정한 신앙인으로서 어떤 길을 가야 할지 양말을 벗으며 맨발 걷기를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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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0/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