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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자전거by 날개단약속

20200101김형영아들의 자전거.jpg










큰 도서관을 가려면 걸어서는 어림도 없었다.
중간에 심한 오르막이 있어서 일반 자전거로도 부담스러웠다.
그걸 아는 내가 아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모험을 떠났다.
나는 전기 자전거로, 아들은 일반 자전거로.

아들을 고생시키려는 의도는 1도 없었으나
내 자전거가 저것밖에 없는 것을 어찌하누.
그나저나 앉지도 못하고 내내 서서 발 구르는 아들의 모양새가
너무 애처로워 나는 걷다시피 자전거를 탔다.

나는 걷다 서다를 반복하며 뒤에서 오는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조금 더 멀리서 따라오고 있었다.
아이도 내가 움직이면 움직이고 서면 섰다.
사실 오르막길 길이라 서다 움직이면 더 힘들지만
잠시 쉬게 해주려는 의도로 종종 가는 길을 멈췄다.

아이가 뒤에 있다 보니 자꾸 뒤돌아보았다.
시야에서 안 보이니 나 스스로 답답했다.
이럴 거면 아들이 느리더라도 내 앞에 보내는 게 낫겠다 싶었다.
“주안아! 엄마 앞으로 와! 엄마가 따라갈게.”
나는 잠시 자전거를 멈추고 아들을 기다렸다.

아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더니 이내 페달을 굴렸다.
“엄마 잘 따라와야 해.”

그래 따라가 준다. 라고 말하기가 무섭게 쌩-
아니 왜 저리 빨리 가는데...
근력 좋은 캥거루 한 마리가 앉아있는 것 같았다.
아까 뒤에서 그리 힘겹게 쫓아온 건 뭐지?

혹시 내가 아들을 가로막고 있었나?
아들이 힘들까 봐 앞에서 배려해 준다는 것이
오히려 아들이 낼 수 있는 가능성에 한계를 준 것은 아닐까 싶다.
그렇지 않고서는 저리 상쾌하게 날아갈까.

벌써 아이가 저 멀리 날아간다.
나를 냅두고 신이 났다.

네가 그렇게 잘 달릴 줄 몰랐네.
초행길만 아니면 앞으로 엄마 앞에서 신나게 달려봐라.
이젠 내가 잘 따라가 줄게.

앗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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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