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나이 증거by 날개단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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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두 아들과 함께 동네 놀이터에 갔다.
그곳엔 이미 여러 아이로 북적였다.
빈 그네가 보이자 두 아들은 숨도 안 쉬고 뛰어간다.


한참을 놀던 첫째가 투덜거리며 나에게 왔다.
“엄마 쟤들이 자꾸 나보고 7살이래.”
아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7~8살로 보이는 아이들이 미끄럼틀에 있었다. 


그러면서 첫째는 킥보드를 타는 둘째에게 눈을 흘겼다.
“이게 다 동생 때문이야.”
“동생 때문이라니?”
“쟤네들이 내 나이를 물어보는데 동생이 7살이라고 했어.
그랬더니 자기는 8살인데 자기보다 어리다고 반말해.
나 9살인데. 내가 더 나이가 많은데.”


아이고. 귀엽다.
아이들 세계에서는 1살 차이가 너무 중요하다.

“내 나이 9살이라고 말하면 되잖아.”
“내가 9살이라고 세 번 네 번 이야기해도 안 믿어.
그러니까 엄마가 가서 9살이라고 이야기해줘.”
첫째는 거의 울상이었다.


나는 자리를 옮겨 그 아이들 있는 곳으로 향했다.
첫째는 엄마를 데려왔다고 의기양양이었다.
나는 멋쩍은 표정으로 아이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형아 9살 맞아. 동생이 잘못 이야기한 거야.”
“봐. 나 9살 맞지. 그러니까 나한테 반말하지 마.”


난 내 할 도리를 다했다 생각하고 자리를 옮기려 했다.
그때 내 등 뒤에서 이런 소리가 들렸다.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야! 나 9살 맞다고! 동생이 모르고 한 말이야.”
아, 첫째는 울화통이 터지기 직전이었다.


아, 이래서 처음에 말을 잘해야 하나 보다.
7살로 인식이 박히니 도무지 다른 말은 먹히지 않았다.
게다가 말이 이랬다저랬다 한다며 더 못 믿겠다는 눈치였다.


나는 다시 발걸음을 옮겨 아이들에게 갔다.
그리고 전혀 일면식도 없는 아이들에게 왜 첫째가 9살인지, 동생이 왜 잘못 말했는지,

모르면서 거짓말이라고 하면 안 되는지 등을 조목조목 이야기를 했다.  


한참을 이야기하니 아이들이 인정하는 눈치를 보였다.
그 모습을 본 첫째는 그제야 아이들 앞에 의기 당당했다. 


처음부터 “우리 형아 9살인데요.” 했으면 끝날 일을
말 한번 잘못해서 여럿, 뒷골 땅길 뻔했다.


그러고 나서 나는 둘째를 불러서 물어보았다.
“형아 나이 몇 살이야?”
“7살.”
“왜 7살이야. 9살이지.”
“형아 9살이야?”  
처음 들어본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손가락을 꼽아본다.
그러더니 깔깔거리며 다시 제 또래와 논다.


‘아. 나이를 몰랐구나. 결국, 내 탓이기도 하네.’
아는 것도 중요하고, 가르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주빈아! 형아 몇 살이라고?”
“봐봐. 하나둘셋…. 여덟아홉 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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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8/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