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쩔뚝발이 누렁이by 날개단약속

20180510김형영-쩔뚝발이누렁이.jpg








내가 그 누렁이를 처음 본 것은 재작년쯤으로 뒷다리를 심하게 저는 개였다.
한걸음 뗄 때마다 온몸으로 부르르 떨었다.
몸이 불편하니 살도 많이 쪄 있었다.


“저거 개 구실도 못 하는 것 같은데...”
“오래 못 가겠어. 길어야 6개월?”
지켜보는 사람마다 혀를 차며 한마디씩 했다. 


그런데 주인은 매일 두 번씩 산책을 시켰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산책은 계속되었다.
개가 주인보다 3배가 느렸음에도 기다려주고 또 기다려주었다.
털도 항상 윤기가 흘렀다.
매일 목욕시키고 빗질을 해주는 것이 틀림없었다.
‘주인도 참. 뭐 하러 저런 고생을 하나.’


오늘 오랜만에 누렁이를 만났다.
주인과 함께 지하철역 근처를 산책하고 있었다.
털은 여전히 윤기 나고 빛이 났다.  


누군가 누렁이를 불렀다.
산책하며 오랫동안 얼굴이 익은 지인이었나 보다.
그런데 지인의 목소리를 들은 누렁이가 성큼성큼 뛰어간다.
앗! 누렁이가 뛰어?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그렇다. 쩔뚝발이 누렁이가 뛰고 있었다. 


‘아, 뛸 수 있구나. 안 될 줄 알았더니 되네.’
신기한 마음에 자꾸 고개가 돌아갔다.
‘주인이 기적을 일으켰구나...’ 


고치는 기적을 신유의 은혜라고 한다.
나는 메시아나 특별한 사람에게만 신유의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신유의 은혜는 누구나 받을 수 있고, 우리도 다 가지고 있다고 한다.
다만, 써먹지 않아 모른다는 것이다.


몸의 병도, 마음의 병도
먼저는 다독다독하며 품어주는 마음, 이해하는 마음, 기다려주는 마음,
그 마음에서 치유의 기적은 시작된다.


“쟤는 대체 왜 저래?
 왜 저렇게 인생을 쩔뚝거리며 살까.”


혀를 차기보다 따뜻한 기도로 그 다친 마음을 어루만져 주자.
나도 기적, 그도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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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8/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