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CCTV는 작동 중by 날개단약속

CCTV는 작동 중

 

 

-김형영-

 

 

 

우리 아파트는 5층이 최고층이다. 25년 된 아파트라 그렇다. 다 쓰러질 것 같은 아파트 5층에 올라올 도둑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택배기사들한테 문 앞에 그냥 두고 가라고 미리 주문할 때가 많았다. 그래도 신랑은 안심이 되지 않았는지 한참을 고민을 했었다. 어느 날 오후 일을 마치고 집에 도착해 보니, 검은 원통 하나가 현관 위에 달려 있었다. 원통 안으로 빨간 불빛이 좌우로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세상에 말로만 듣던 CCTV였다. 현관문에는 빨간 글씨로 'CCTV 작동중'이 부착되어 있었다.


"저저저..저거 뭐야?"
"안전을 위해서 하나 샀어."
"비싸잖아."
"에이 5천원 밖에 안해. 그거 가짜야. 건전지로 불빛만 나오는 거야."


어떻게 알았는지 을지로에 가서 하나 샀다고 했다. 그 행동이 귀엽기도 하고 나름 든든하기도 했다. 그렇게 울 집 앞이 든든해졌을 무렵, 오전부터 현관문을 두드리는 일이 종종 있었다. 택배니 생각하고 인기척하지 않았다. 게다가 요새 강도사건도 심상치 않았기에 더 모른 척 했다.


어느 날은 문에 쪽지가 끼워졌다. 연락을 달라면서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이상한 단체나 판매상인가 싶어서 당장 꾸겨 버렸다. 그렇게 3일쯤 지났을까? 신랑과 함께 저녁을 먹고 있는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올 사람이 없었다. 신랑은 긴장된 목소리로 누구냐며 소리를 질렀다. 옆집이란다. 문을 빼꼼히 여니 한 아주머니가 있었다.


"저 죄송한데요, 이런 거 문 앞에 달면 좀 곤란할 거 같은데요."
"네?"
"아들이 집을 수시로 오고 가는데 감시받는 느낌도 받고."
"이거 가짜에요. 도둑 때문에 그냥 단거에요. 5천원짜리예요."
"아, 진짜 아니예요?"

 


의심을 다 풀진 않았지만 믿어보겠다는 목소리로 응답하시며 집으로 다시 들어가셨다. 나는 그제야 옆집에 40대 중반에 아주머니가 사시며 아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긴 이사와서는 6개월 넘게 무관심 했었으니까. 요샌 더운지 옆집 현관이 활짝이다. 힐끔힐끔 보면서 이웃에 아들이 하나 더 있다는 사실과 아주머니 신앙이 기독교라는 사실을 알았다. 아직 남편분의 얼굴은 보지 못했다.
슬프다. 이런 씁쓸함이. 내가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인가? 내가 집에 없으면 옆집문을 두드리며 딸 없냐고 했던 것이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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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