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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by 주아나

 

 


오랜만에 친정에서 가족들과 오붓이 점심을 먹고 있었다.
아빠는 반주를 걸치시며 옛날이야기를 하신다.
“거, 상구 아제 알지? 그 아제가 별 볼 일 없게 생겼건만 집안을 일으키니 굉장하지.
굽은 소나무가 선산 지킨다더니 딱 그게 상구 말이지 뭐냐.”
그러자 동생이 한마디 거들었다.
“그럼 아빠 나도 굽은 소나무야?”
아빠는 피식 웃더니 딴청을 피웠고 동생은 대답할 때까지 계속 물었다.
동생이 그 질문을 할만도 했다.



동생은 중학교 입학 후 4년간 심한 사춘기를 앓아왔다.
공부하고는 담을 쌓고 친구들과 늦게까지 노는 것을 즐겼다.
아빠는 저 녀석이 제 둘째 고모 닮아간다면서 역정을 내셨다.
둘째 고모는 천생 한량에 게으름까지 더해 아빠한테 많이 맞았다고 했다.
그런데 동생의 모습에서 둘째 고모의 모습을 보니 더 화가 나셨다.
매를 드는 일도 무척이나 많으셨다.
동생 또한 그런 아빠가 싫어 집에 정을 붙이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나와 저절로 비교되었다.
나는 사춘기 없이 평탄하게 학창시절을 보냈고 부모님 원하시는 대학에도 붙어서 나름대로 인정을 받고 있던 터였다.

부모님은 나를 기대하시며 동생은 그저 집에 붙어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그런 동생이 정신을 차린 것은 고2 때부터였다.
그때부터 공부에 취미를 붙이기 시작하더니 곧잘 학교생활을 따라갔다.
야간 아르바이트도 시작해서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학교 졸업 후 직장 생활의 몇 번의 고배 끝에 은행에 취직되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부모님 챙기는 것은 나보다 더 독하게 챙겨드렸다.
좋은 고기나 수산물 있다면 바로 택배로 보내고, 제 부모 남들 눈에 없어 보이는 게 싫다고

신용카드 주면서 옷 사 입으라고 하는 동생이 되었다.

부모 생일 때는 이 주전부터 전화해서 어떻게 할 거냐면서 나를 닦달한다.
지금도 부모님 늙으실까 30 넘는 나이에도 어린애같이 재롱을 떤다. 



그런 동생이 자신이 굽은 소나무라고 물었을 때, 아빠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으셨다.
나는 아빠의 침묵이 네가 선산을 지키는 소나무인 것은 맞는데 굽은 소나무는 아니라는 의미로 들렸다. 지금 동생은 부모님을 지켜드리는 가장 멋있는 소나무가 되어 있으니 말이다.

동생은 아빠가 말이 없다며 어린애처럼 툴툴거렸다.



선산을 지키기 위해서 많은 나무를 심었다.
그런데 조금이라도 제 잘난 맛이 있는 나무들은 다 도시로 팔려나갔다.
남아 있는 것은 등이 굽고 마르고 초라한 소나무뿐이다.
그런데 그 소나무가 지금은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자신이 별 볼 일 없는 인생이라 생각한다면,

분명 자신이 아니면 지킬 수 없는 선산이 있음을 잊지 말기 바란다.

선산은 가정일 수도 있고, 학교 일 수도 있고, 교회일 수도 있고, 주님 일 수도 있다.

선산의 입장에서는 나를 지키는 그 소나무가 가장 멋있고 사랑스러운 소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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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4/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