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동물원 독수리by 주아나

 

 



가끔 심심할 때면 집 앞에 있는 어린이 대공원에 갑니다.
인기 있는 동물은 역시 코끼리입니다.
코끼리가 코만 몇 번 휘둘러도 사람들의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호랑이와 사자 앞에도 사람들이 많습니다.
게으른 몸을 일으켜 유리 벽 앞을 몇 번 오가도 사람들은 탄성을 지릅니다.
사람들이 던져주는 과자에 재주넘기를 하며 받아먹는 빨간 엉덩이 원숭이도 나름 인기스타입니다.


사람들이 웅성대는 곳에서 조금 비켜난 곳에 새 전시실이 늘어져 있습니다.
그곳은 사람들이 별로 가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그 맨 끝에는 독수리 한 마리가 있습니다. 
독수리는 크고 웅장했습니다.
얼핏 보아도 1m 가까운 키에 매서운 부리와 발톱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긴장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코끼리나 호랑이만큼이나 매력 있는 동물이었습니다.
그런데 독수리는 제 위상을 반의반도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날개를 펴면 그 위상이 하늘을 찌를 것 같은데 다 펴지 못했습니다.
몸의 무거운 기운을 떨쳐내려고 기지개를 켜도 날개 한 쪽 밖에 펴지 못했습니다.
창살을 제 맘대로 돌아다니는 참새들은 독수리 무서운지도 모르고
머리맡에서 쉴 새 없이 지저귑니다.
그리고는 누가 던져 놓은 과자를 잽싸게 와서 집어갑니다.
사실 한 주먹거리도 안 됩니다. 별것도 아닌데 쫓아낼 수가 없습니다.
발목에 강한 쇠줄이 묶여 있어서 몇 발자국 걷지도 못합니다.
그걸 아는지 참새들은 아예 그 주변을 제 맘대로 돌아다닙니다.


독수리가 바라보는 곳에는 하늘이 아주 조금 보입니다.
그 앞에 표범 우리를 높게 만들어서 시야를 많이 가렸기 때문입니다.
독수리가 고개를 꺾어 하늘을 보지 않는 한, 잘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독수리를 보니 마음이 아픕니다.
하늘을 제집으로 삼던 이를 가장 좁고 어두운 곳에 가두었기 때문입니다.
독수리는 역시 하늘을 날아야 진짜 멋진 새입니다.
공중의 왕은 역시 그 위치 그곳에 있어야 제맛입니다.


독수리가 어서 자유를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독수리를 조롱하며 지저귀던 참새도, 옆에서 시끄럽게 굴던 금닭들도, 창살 앞에서 먹을 것이나 밝히는 무식한 비둘기들도 꼼짝 못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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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4/4/10